[사설] 대전 원설본부 이전 논란 합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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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전 원설본부 이전 논란 합당하지 않다

  • 승인 2024-01-24 18:01
  • 신문게재 2024-01-25 19면
대전에 있는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본부(원설본부)의 경북 김천 이전 추진은 부당함을 넘어 황당하다. 김천 이전 추진 논란에 지역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원설본부 직원의 대전 복귀 변경승인과 같은 서류상 절차를 문제시한다는 것부터 억지스럽다. 원설본부의 위상과 역할로 볼 때 합당하지도 않다. 명분조차 약한 졸속 이전 시도다.

본사가 김천에 있다는 것이 물리적인 이동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40년 가까이 구축해 온 국가 원자력기술 자립의 메커니즘을 하루아침에 짓뭉개는 처사다. 잘못하면 최소 30여 개의 원자력 관련 생태계를 사장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 '원설본부 대전 존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누구의 압박에 굴해 결정된 사안은 결코 아니다.

대전을 떠나는 순간, 1985년 이래의 원자력 유관기관 간 결속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본사를 따라간다는 단순한 논리라면 용인에 본사가 소재할 때는 왜 대전에 존치했는가. 그보다 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수원 중앙연구원 등 주요 기관과 임의로 분리한다면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이전밖에 안 된다. 현 정부의 원자력 정책 기조도 뒤틀릴 수 있다. 총선 전략이나 정쟁거리로 전락한다면 이 역시 위험한 발상이다. 결과가 명확한데 본질을 비틀어놓고 오류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원설본부가 둥지를 튼 대전은 마치 원자력 성지와 같은 곳이다. 그동안 한국형 표준원전, 신형가압경수로, 수출용 K원전, 한국형소형모듈원자로(SMR)을 개발했다. 기술력과 업무 효율 감소라든지 연구개발 협력의 불리함은 김천으로 잠시 이전했다가 대전으로 회귀했을 때 충분히 겪었다. 원전 설계 관련 시험과 인증 등 시너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도 아닌 대전에서 국가균형발전 명분으로 빼간다는 건 모순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진짜 취지에도 어긋난다. 국가 원자력 산업생태계 한 가지만 생각해도 원설본부는 대전에 그대로 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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