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김천에 있다는 것이 물리적인 이동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40년 가까이 구축해 온 국가 원자력기술 자립의 메커니즘을 하루아침에 짓뭉개는 처사다. 잘못하면 최소 30여 개의 원자력 관련 생태계를 사장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 '원설본부 대전 존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누구의 압박에 굴해 결정된 사안은 결코 아니다.
대전을 떠나는 순간, 1985년 이래의 원자력 유관기관 간 결속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본사를 따라간다는 단순한 논리라면 용인에 본사가 소재할 때는 왜 대전에 존치했는가. 그보다 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수원 중앙연구원 등 주요 기관과 임의로 분리한다면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이전밖에 안 된다. 현 정부의 원자력 정책 기조도 뒤틀릴 수 있다. 총선 전략이나 정쟁거리로 전락한다면 이 역시 위험한 발상이다. 결과가 명확한데 본질을 비틀어놓고 오류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원설본부가 둥지를 튼 대전은 마치 원자력 성지와 같은 곳이다. 그동안 한국형 표준원전, 신형가압경수로, 수출용 K원전, 한국형소형모듈원자로(SMR)을 개발했다. 기술력과 업무 효율 감소라든지 연구개발 협력의 불리함은 김천으로 잠시 이전했다가 대전으로 회귀했을 때 충분히 겪었다. 원전 설계 관련 시험과 인증 등 시너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도 아닌 대전에서 국가균형발전 명분으로 빼간다는 건 모순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진짜 취지에도 어긋난다. 국가 원자력 산업생태계 한 가지만 생각해도 원설본부는 대전에 그대로 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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