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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지역 A대학 에타에는 익명으로 올려 논란이 됐던 '학생회 관련' 게시물이 삭제되고 해명 글이 올라와 의구심을 사고 있다. 삭제된 게시물은 '라더라…. 라던데…' 형식의 제3자의 글로, '직접 항의하지 않고 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냐'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무책임한 게시물에 속아 시간과 감정을 소비한 예도 있다. 지난달 B대학의 경우 동아리방에서 신입생 커플의 성관계를 목격했고, 후배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에타에 올라와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해당 게시물은 허위로 판명됐지만, 진위를 가리기 위해 총동아리연합회 전수조사를 거쳐야 했다.
일각선 인권센터나 상담센터 등 대학 내 기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로 '폭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대중의 빠른 반응을 불러올 순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허위사실 유포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인권센터를 통하게 되면 피신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고자를 추측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앞서 A대학 에타에는 '교수가 협박성 고백을 했습니다'란 글과 녹취록이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학 측은 삼자대면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해당 강사는 현재 퇴직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역 사립대에 재학중인 이 모 양은 "비리 교수들은 여전히 교단에 있고, 피해자는 되레 2차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라며 "학내 인권센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믿지 못하는 학생들은 커뮤니티 익명의 가면 뒤에서 글들을 쏟아낸다"고 말했다.
대다수 대학은 2022년 초부터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역대 역시 인권센터 혹은 일반 학생상담센터 내에 성폭력·성희롱 상담기구 조직을 설치하고 있지만, 예산·인력 문제로 아직은 미흡한 대학이 많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전권 8개 대학 중 사립대 2곳은 성폭력·성희롱 전담인력을 지정하지 않았다. 상담·조사 독립공간을 두지 않거나 전담 조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대학도 있었다.
지역대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학생들의 자정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구성원 갑질과 교수 성 비위 등 조사가 필요한 사례들은 대학 시스템을 통해 고충 처리될 수 있도록 대학인권센터가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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