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행복한 밥벌이가 되길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행복한 밥벌이가 되길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 승인 2024-01-24 11:01
  • 수정 2024-01-24 16:40
  • 신문게재 2024-01-25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세상-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부분의 사람은 일평생 돈의 구애를 받으며 살아간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돈보다는 적성과 자아실현을 목표 우위에 두려 해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만 원 한 장으로는 변변한 한 끼 식사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밥벌이라도 해야지', '요즘 같은 불경기에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직장이 있는 게 어디냐'는 현실파도 있고, '얼마를 버느냐보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워라밸을 좇는 직장인들도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통계를 보니 직장인 중 퇴사할 계획이 있는 '퇴준생'이 2021년에는 37.5%였던 것이 지난해 연말 조사에서 81.4%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욕구가 가장 큰 연차는 3년 차(34.6%), '신입~1년 차'(22.9%), '2년 차'(18.3%)순으로 조사돼 직장생활에서의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퇴준생'이 늘어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퇴사와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이직해서 연봉을 높이기 위해'(25.6%)와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22.7%), '더 규모가 큰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어서'(13.3%), '회사 사람들이 싫어서'(11.6%)였다. 한편 결혼 여부에 따른 퇴직 사유는 조금 달랐다. 미혼자는 '연봉을 높이기 위해'(28.5%), 기혼자는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26.5%)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미혼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급여'를, 기혼자는 장기근속을 염두에 둔 '미래 전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경제적 자유'를 갈망할 것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경제적 노동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부자'가 되는 것만이 답일까? '경제적 자유'는 단순히 부자가 된다고 꼭 이룰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보면 순자산 규모가 10억 원이면 우리나라 상위 10% 부자에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자산이 상위 10%인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십억짜리 집에 살면서 억대 연봉을 받지만, 빚이 있고 월급에 의존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부자는 자산이 많은 사람이라기보다 자산 정도와 상관없이 경제적 자유와 독립을 이룬 사람일 것이다. 따뜻한 내 집에 살면서 빚이 없고, 근로소득이 없지만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진짜 부자가 아닐까.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17번의 사표를 썼다는 김훈은 자신이 경험한 밥벌이의 괴로움을 담은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는 2003년에 발간한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에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울고 웃는 직장인들. 이들 중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4번이나 회사를 그만뒀지만 결국 5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조훈희 작가는 '밥벌이의 이로움'이라는 책에서 '어차피 다닐 회사라면 웃으면서 다녀볼까'라고 제안했다. 책의 부제도 '일어나자, 출근하자, 웃으면서'다. 작가는 '몇 곳의 회사를 다녀보니 어디든 비슷하고 결국 남아있는 사람이 승자더라. 힘들어도 끝까지 버텨야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더라. 사람과 일이 주는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그 덜어낸 틈 사이로 회사가 채워주지 않는 행복을 찾는다면 지금의 밥벌이가 의외로 해볼 만하다는 것이 이 책을 낸 이유'라고 썼다.

나 또한 대학 졸업 후 취업해 밥벌이에 뛰어든 20대부터 오십이 된 지금까지 2번의 이직을 거쳐 현재의 회사에 정착했다. 아직 '돈 많은 백수'의 꿈은 미완의 꿈으로 남아 있지만, 긴 여정을 돌이켜보면 힘들고 괴로운 순간도 있었고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한 일도 많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하기 싫은 데도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과 좋아서 신이 나서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성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는 모든 직장인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그날까지 '행복한 밥벌이'를 이어가길 바래본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현옥란-수정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