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든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자진 사퇴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공천과 경선 등 본격적인 총선정국을 앞둔 국민의힘 내부가 친윤·친한을 중심으로 찬반 갈등에 휩싸이면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압박을 극복하느냐 아니면 무릎 꿇고 한 달여만에 사퇴하느냐다.
한 위원장은 22일 국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요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전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사실이었다는 걸 밝힌 것이다. 여기에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이며 사퇴 불가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날 발표한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는 입장문보다 강경한 어조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사퇴 요구 거절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총선이 국민과 이 나라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하다. 선민후사하겠다"며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법은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당정관계에 신뢰가 깨졌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이 정치공작이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대통령실과 다른 입장을 또다시 밝힌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윤 대통령이 감기 때문에 불참한다고 행사 30분 전에 공지하면서 안팎에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친윤계 의원과 이른바 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원장이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대통령과 맞설 수는 없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임시직인 비대위원장 사이 결과는 자명한 것 아니냐’ 등 대체로 한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윤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위원장이) 강성 지지층이 보내는 환호와 열성에 도취했다.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썼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 대표도 퇴출된다. 하물며 임명직 비대위원장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반면 태영호 의원은 종편에 출연해 "한 위원장 사퇴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김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와 손잡고 국민 앞에 나아가 국민에게 용서를 빌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대통령실과 국힘 모두 총선을 앞둔 만큼 하루빨리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내 모 인사는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공멸하고, 결국 윤석열 정부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역시 오후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등 최대한 수습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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