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도시는 젊은이가 살린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도시는 젊은이가 살린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4-01-22 15:55
  • 신문게재 2024-01-23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20401000190300005941
송복섭 교수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는 말은 기원전 1700년경의 수메르 점토판에도 나온다고 하는데, 요즘이야말로 그 울림이 더 크게 들린다. MZ라고 하여 이해 못 할 왕따로 분류하거나 출산율이 떨어져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힐책도 그들에게 돌리는 듯하다. 한때는 나라의 동량이니 역군이니 하여 무한한 기대의 대상이기도 했는데 어쩌다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것일까?

사실 젊은이는 사회를 역동적으로 이끄는 주역이다. 유행도 그들이 주도하며 사업도 그들이 나서야 돌아간다. 젊은이들이 모여야 활기가 돌고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그리하여 K-POP이 탄생했고 K-Culture라는 장르가 세계적으로 환영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사회는 이들에 대해 인정하거나 대우하는데 인색한 형편이다. 오히려 그들이 만든 과실을 거저 가져다가 돈 버는 일에 열중한다.

도시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소위 '핫플레이스'를 만들어놓으면 건물주인 어른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면서 임대료를 올리고 권리금을 매기는 데 혈안이다. 애초에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이 저렴한 지역을 찾아 둥지를 튼 것인데, 결국 보금자리를 빼앗고 이들을 몰아내는 형국이다. 다시 젊은이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또 그곳이 활성화하면 부동산이 올라 또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반복된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도시지만, 도시에도 엄연한 중심이 존재한다. 그래서 도시를 설계할 때도 밀도가 가장 높은 상업·업무지구를 중심지로 설정한다. 중심지로 교통이 몰리고 시장이 발달하며 행정기능도 집중한다. 당연히 수요는 많은데 공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땅값도 오르고 물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 중심에는 없는 것이 없고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이 비싼 중심에 가난한 젊은이들을 머물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젊은이를 소비 주체로 보는 게 아니라 창조적 생산자이자 유망한 투자자로 보면 많은 게 달리 보인다. 투자자는 천금을 주고라도 모셔와야 하기 때문이다. 고사성어 중에 '천금매골(千金買骨)'이란 말이 있다. 천리마를 원하던 왕을 위해 이미 죽어버린 천리마의 뼈를 천금을 주고 사 온 신하에게 왕이 쓸모없다고 화를 냈지만, 천리마의 뼈조차 천금을 아끼지 않는 왕이 있다는 소문이 나서 결국 천리마가 쇄도했다는 고사다. 도시가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필요한데,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선 그만큼의 조건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세종시 중심상가 지역에는 유난히 공실률이 높다. 오래 빈 곳으로 둘 바에야 임대료를 낮추자고 제안하면 건물주가 버럭 화를 낸다는 기사를 읽었다. 임대료를 낮추는 순간 건물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초기에 거품이 끼었다고도 하지만 지금에 와서 투자가치 이하로 떨어뜨리는 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남아도는 오피스텔에 정부나 지자체가 청년 주거 지원금을 건물에 임대료로 지급하는 건 어떨까? 대상자가 바뀌더라도 사람이 아니라 건물에 지원금을 지급하다 보니 임대료가 낮아져 건물 가치가 떨어진다는 건물주의 걱정은 덜 수 있을 것이고, 청년들은 매력적인 도심에서 맘껏 창조적 생산자로 활동 할 수 있을 것이다. 덩달아 식당도 활기를 되찾고 새로운 놀거리가 창업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차제에 추진하고 있는 공동캠퍼스도 좀 다른 방향으로 구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교육과 연구의 핵심 시설은 계획된 부지에 자리하지만, 기숙사의 경우는 도시 중심에 적절히 분산해서 배치하는 방법이다. 세종시가 공실과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심지역 일부에 대해 상가 허용용도를 완화한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언뜻 청년을 위한 주거대책인 것 같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젊은이는 도심에서 잠만 자지 않는다. 먹고 소비도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생산적 창조자로 역할 할 것이다. 그들 덕에 우리도 먹고살 수 있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