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사실 젊은이는 사회를 역동적으로 이끄는 주역이다. 유행도 그들이 주도하며 사업도 그들이 나서야 돌아간다. 젊은이들이 모여야 활기가 돌고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그리하여 K-POP이 탄생했고 K-Culture라는 장르가 세계적으로 환영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사회는 이들에 대해 인정하거나 대우하는데 인색한 형편이다. 오히려 그들이 만든 과실을 거저 가져다가 돈 버는 일에 열중한다.
도시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소위 '핫플레이스'를 만들어놓으면 건물주인 어른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면서 임대료를 올리고 권리금을 매기는 데 혈안이다. 애초에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이 저렴한 지역을 찾아 둥지를 튼 것인데, 결국 보금자리를 빼앗고 이들을 몰아내는 형국이다. 다시 젊은이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또 그곳이 활성화하면 부동산이 올라 또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반복된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도시지만, 도시에도 엄연한 중심이 존재한다. 그래서 도시를 설계할 때도 밀도가 가장 높은 상업·업무지구를 중심지로 설정한다. 중심지로 교통이 몰리고 시장이 발달하며 행정기능도 집중한다. 당연히 수요는 많은데 공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땅값도 오르고 물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 중심에는 없는 것이 없고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이 비싼 중심에 가난한 젊은이들을 머물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젊은이를 소비 주체로 보는 게 아니라 창조적 생산자이자 유망한 투자자로 보면 많은 게 달리 보인다. 투자자는 천금을 주고라도 모셔와야 하기 때문이다. 고사성어 중에 '천금매골(千金買骨)'이란 말이 있다. 천리마를 원하던 왕을 위해 이미 죽어버린 천리마의 뼈를 천금을 주고 사 온 신하에게 왕이 쓸모없다고 화를 냈지만, 천리마의 뼈조차 천금을 아끼지 않는 왕이 있다는 소문이 나서 결국 천리마가 쇄도했다는 고사다. 도시가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필요한데,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선 그만큼의 조건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세종시 중심상가 지역에는 유난히 공실률이 높다. 오래 빈 곳으로 둘 바에야 임대료를 낮추자고 제안하면 건물주가 버럭 화를 낸다는 기사를 읽었다. 임대료를 낮추는 순간 건물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초기에 거품이 끼었다고도 하지만 지금에 와서 투자가치 이하로 떨어뜨리는 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남아도는 오피스텔에 정부나 지자체가 청년 주거 지원금을 건물에 임대료로 지급하는 건 어떨까? 대상자가 바뀌더라도 사람이 아니라 건물에 지원금을 지급하다 보니 임대료가 낮아져 건물 가치가 떨어진다는 건물주의 걱정은 덜 수 있을 것이고, 청년들은 매력적인 도심에서 맘껏 창조적 생산자로 활동 할 수 있을 것이다. 덩달아 식당도 활기를 되찾고 새로운 놀거리가 창업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차제에 추진하고 있는 공동캠퍼스도 좀 다른 방향으로 구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교육과 연구의 핵심 시설은 계획된 부지에 자리하지만, 기숙사의 경우는 도시 중심에 적절히 분산해서 배치하는 방법이다. 세종시가 공실과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심지역 일부에 대해 상가 허용용도를 완화한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언뜻 청년을 위한 주거대책인 것 같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젊은이는 도심에서 잠만 자지 않는다. 먹고 소비도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생산적 창조자로 역할 할 것이다. 그들 덕에 우리도 먹고살 수 있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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