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은 사법부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현재 재판 지연은 일상화되고 있다. 2년이 넘도록 처리되지 못한 형사 장기 미제 사건은 최근 5년 새 2배로 급증하고, 민사는 2.5배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재판 지연으로 인한 소송 당사자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 등 심각한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소송 당사자의 부담이 커지고, 범죄피해자 구제가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무색하게 만드는 정치인 등 권력자에 대한 재판 지연은 사법 불신을 부르고 있다. 재판부 기피신청과 무더기 증인 신청 등 재판을 질질 끌게 만드는 수법은 일상이 됐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선거법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은 임기를 채우는 일이 다반사다. 일부 판사는 이에 가세해 정치인에 대한 판결을 늦추다 사표를 던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반 국민은 재판 지연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정치인 등 권력자는 판결을 최대한 늦추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 사법부 현실이다. 판사의 정치적인 판결에 특정 연구회 소속 등 연고를 찾아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판결에 불만이 있어도 '존경하는 재판부'라는 수식어가 동원됐으나 이제는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다.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의 최대 현안인 재판 지연 해소는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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