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동기 대비 9.9% 인상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9.1%를 기록한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우유 물가 상승률은 2023년 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6%와 비교해도 2배가 훌쩍 넘는다.
우유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관련된 유제품도 기록적 수준으로 올랐다. 2023년 발효유 물가 상승률은 12.5%로 1981년(18.4%)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았고 치즈는 19.5%로 2008년(22.0%) 이후 15년 만의 최고였다. 치즈 물가가 20% 안팎 수준으로 오른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27.5%)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22.0%)에 이어 지난해 정도다.
이어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은 10.8%로, 2008년(14.4%) 이후 15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고, 분유 역시 6.8% 상승하며 2014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우유 관련 제품의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이 인상된 이후 유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서울우유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L) 출고가를 대형 할인점 기준으로 3% 인상해 대형마트에서 해당 제품 가격은 2900원대로 올라 3000원 선에 근접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동원F&B 등도 유제품 가격을 올렸고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등 빙과업체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우유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은 저렴한 우유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주부 오 모(49·대전 서구) 씨는 "보통 일반 1L 우유가 3000원가량 하는데, 대형마트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우유 같은 경우 2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좋아해서 유제품을 안 살 수는 없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 이전보다 구매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기록적 수준의 우유 물가 상승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통계청이 매년 5월 말께 발표하는 원유 생산비를 보고 협상을 통해 그해 원유 가격을 조정한다. 그러나 올해는 생산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 가격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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