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선량의 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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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선량의 덕망

  • 승인 2024-01-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람은 만나고 헤어진다. 모이고 흩어지는 것도 세상사의 하나이다. 불가에서는 만나면 헤어지고, 떠난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會者定離 去者必返) 한다. 순리의 하나요, 덧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인위적 이합집산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위적이라 쓴 것은 대의나 비전이 아닌 소수나 개인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저마다 분명한 명분이 있을 수 있다. 드려다 보면 명분으로 포장된 자기이권만 있기 때문에 눈총 받는 것이리라.

국가나 인류의 안위는 생각할 엄두도 못 낸다. 어느 것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까, 상생이 될까, 조금의 고민도 없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오늘날 이합집산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말 중에 합종연횡이 있다. 홍문숙, 홍정숙 공저 <중국사를 움직인 100대 사건>에 의하면 중국 전국시대에 칠웅이 있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시대 아닌가, 살아남기 위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막강한 군사력이었다. 전쟁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낸바, 그것이 외교전략 이다. 진나라는 대륙의 맨 안쪽에 위치한 최대 강대국이었다. 나머지 연(燕), 제(齊), 조(趙), 위(魏), 한(韓), 초(楚), 6국은 동쪽에 위아래로 늘어서있었는데 모두 위협을 느꼈다. 영토 확장에 나선 막강한 진나라를 막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이에 대두된 것이 합종설(合縱說)이다. 낙양 출신 소진(蘇秦)이 펼친 외교내용 모두 옮기긴 어렵지만, 유세에 성공하여 합종함으로서 15년 동안 진의 침략이 없었다. 이에 맞선 주장이 연횡설(連衡說)이다. 위나라 사람 장의(張儀)가 유세하였다. 6국이 각각 진나라에 의지하여 평안을 도모해야한다며, 연맹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차례차례 합종을 깨트려 모두 멸망케 했다. 묘하게도 소진과 장의 둘 다 제나라 출신 종횡가 귀곡자(鬼谷子) 문하에서 공부했다.



두 사람 말은 서로 상반된다. 그럼에도 둘 다에게 설득 되었다. 그럴싸한 논리 때문에 설득 당한 것이다. 논리란 이치에 맞게 이끌어가는 과정이나 원리이다. 논리적이라 할 때 논리적 건전성,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논증 구조인 논리적 타당성에만 주목한다. 예쁘게 포장된 것만 주목하다보니, 제법 논리적인 감언이설에 곧잘 속아 넘어간다. 자기 논리에 취하는 경우도 있다. 논리적인 사람이 오히려 사기 당하기 쉬운 까닭이다.

정치 불신이 팽배해있음에도 누군가의 편에 선다. 그렇게 하도록 강요받는지도 모른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지일 수는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결정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다.

세상엔 늘 권모술수와 책략이 있다. 진위여부 판단은 저마다의 몫이다. 오롯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필자의 선택은 덕이 있는 사람이다. 세상이 온갖 거짓, 모순과 악으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유가에서 중히 여기는 5덕은 온화, 양순, 공손, 검소, 겸양이다. 중용 31장에는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聖)만이 총명예지(聰明睿知)하여 임함이 있을 수 있고, 관유온유(寬裕溫柔)하여 용납함이 있을 수 있다. 발강강의(發强剛毅) 하여 잡아줌이 있을 수 있으며 제장중정(齊莊中正)하여 공경스러움이 있을 수 있고, 문리밀찰(文理密察)하여 분별함이 있을 수 있으니 두루 넓고 깊이 근원하여 때에 알맞게 나타난다."하였다. 총명예지, 광유온유, 발강강의, 제장중정, 문리밀찰을 오덕이라 이른다. 총명예지는 총명한 재주와 사물과 이치를 꿰뚫어보는 예지이다. 관유온유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포용력이다. 발강강의는 강하게 떨쳐 굳세고 강직한 것이다. 제장중정은 몸가짐이 장중하고 올바른 것을 이른다. 문리밀찰은 세상 이치를 세밀히 관찰하여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것이다.

성(聖)이라 함은 봉건시대엔 임금이나 성인, 또는 선비를 이르는 말이다. 현대엔 주도하는 사람, 선량으로 보아도 그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더 할 나위 없이 뛰어나려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망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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