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변호사 |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부모에게 '선생님이 저에게 1, 2학년 제대로 나온 것 맞냐는 등의 말을 했다'는 말을 하자 부모는 아동 학대를 의심해서 자녀의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두어 선생님이 하는 말을 녹음하였고, 녹음기에는 선생님이 피해 아동에게 "ㅇㅇ이는 학교 안 다니나 온 애 같아. 학습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어. 1, 2학년 때 공부 안하고 왔다갔다만 했나봐"와 같은 말을 한 것이 고스란히 녹음되었다. 이에 부모는 녹음된 파일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초등학교 교사인 선생님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으로 고소하였고, 검찰은 선생님을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서 선생님이 교실에서 한 말을 녹음한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어서 증거능력이(증거능력이란,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없다고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쟁점이 되었다. 1심, 2심 법원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1심과 2심 법원은 부모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선생님의 말을 녹음한 증거에 대해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선생님이 한 발언은 교실 내에서 학생 30명이 있는 상태에서 발언하였고, 초등학교 교육은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 아동의 부모는 선생님의 아동 학대 행위 방지를 위하여 녹음에 이르게 되었고, 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해서 녹음 이외에 별다른 유효 적절한 수단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 또한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 녹음파일에 대해서 증거능력을 인정한 2심 판결을 파기하여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 시간 중에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이지 일반 사람들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닌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고, 수업 시간 중에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며, 수업 시간 중인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담임교사의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선생님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법원은 선생님의 교실 내에서의 발언은 공개된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원래부터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두어서 몰래 녹음을 한다면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해당 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정되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것을 보고 교사의 교실 내에서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법리적인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아동학대의 증거 수집과 교사 수업권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도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어 보인다. 대법원 판결처럼 교사의 발언이 공개된 대화가 아니라고 본다면, 교실 내에서 자신의 어린 자녀에 대한 아동 학대가 발생되는 것으로 의심이 되는 상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증거 수집이 어려워 아동학대를 막을 수 없어 피해가 확대되는 안타까운 상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반면에 교사의 발언을 공개된 대화로 보아 누구나 녹음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교사는 소신있게 수업 과정에서 말을 하기 어려울 수 있어 교사의 자유로운 수업권 또한 침해가 될 여지가 높을 것이다. 이처럼 법해석에 있어서 여러 가치가 충돌될 때 법을 해석하는 기관에서는 엄격한 기준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겠지만 교실 내에서 아동 학대라는 엄중한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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