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저출산은 '문화' 현상이다. 우리는 아이를 권하지 않는 사회, 키우기 힘든 사회, 육아와 일 병행이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 출산을 '당연시'하던 문화는 이제 반대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문화로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많은 '혜택과 배려'를 준다고 여기지만, 여성은 잠재적 '인력 공백' 이고, 높은 남성 육아 휴직률을 보유한 회사는 대서특필이 되는 것이 현재 사회다.
정부는 280조 원을 투입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꾸리며 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저출산의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저출산 현상은 장기적으로 누적된 수많은 요인이 쌓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혜택을 줄 테니 아이를 낳아라'라고 한들 둘러싼 사회적, 법제도적 환경이 '가정 친화적', '육아 우선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신체적·정신적 능력 이상의 헌신을 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정부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공분양주택의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하고, 다자녀 차량에 대해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허용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검토하는 등 다자녀의 범위와 '혜택'을 확대코자 한다. 이 정책들은 출산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에 대다수를 차지할 출산과 무관한 세대에게는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데 다자녀 가족이니 특별히 누리게 해준다'는 혜택일 뿐이다. 즉 출산 장려 및 다자녀를 위한 정책들은 저출산 문화가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역차별적' '특혜'일 뿐이고, 결국 대다수의 목소리는 대다수의 투표권으로 돌아와 특혜적 정책은 폐지되거나 육아 가정엔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완화·순화된다.
이처럼 민주주의 체계 내에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필연적으로 '고령 중심'의 사회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아니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 중심 사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다수 제3자에게 '특혜'로 보이는 제도·정책은 실현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난임시술 비용, 신혼가구 특별공급 등에 소득 요건을 철폐·완화하는 등의 움직임은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정책입법 개발자는 더욱 과감하게 현재의 표층이 아닌 미래의 표층, 즉 태어날 세대를 위해 과감한 정책·입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급진적 정책의 연속으로 점진적인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신혼특공, 버스전용차로 이용, 주차우대, 남자 직원 육아휴직 의무화 등이 그 예이다.
필자는 세 아이를 양육하는 커리어맘으로 '나라에서 다 키워주는 거 아니냐, 혜택을 많이 받겠다'는 얘기를 들으면 억울하다 못해 화가 난다. 돌봄인력은 출산부터 지금까지 사비로 고용하고 있고, 현행출산 육아 장려 정책은 소득 요건, 자녀 연령 요건 등에 걸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도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아도 월 1만여 원 정도의 감면 혜택이 전부다.
저출산 해결의 묘책은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사회적 담론' 변화에 있다. 담론의 변화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변화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서서히 이루어진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법제도적 환경 조성과 정책결정권자들이 미래 투표권자들을 위해 과감히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담론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젠 출산 장려 및 다자녀 우대 정책들이 더 이상 혜택의 시선이 아니라 의무적인,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항으로 담론이 변화해야 저출산을 타개할 수 있다. 우리 사회문화가 출산 장려 정책과 다자녀 우대 정책을 '특혜'가 아닌 아이 우선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희망해본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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