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출산 정책의 "특혜"적 시선과 사회적 담론의 변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출산 정책의 "특혜"적 시선과 사회적 담론의 변화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박소영 팀장

  • 승인 2024-01-17 16:52
  • 신문게재 2024-01-18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박소영 과장
한국 출산율은 전 세계 꼴찌다.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로 2018년에 1 이하로 떨어진 이후 최저수치이다. 우리는 초저출산,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100년 후 인구 1천만 시대가 된다는 전문가 예상과 함께 인구소멸을 향해가고 있다.

오늘날 저출산은 '문화' 현상이다. 우리는 아이를 권하지 않는 사회, 키우기 힘든 사회, 육아와 일 병행이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 출산을 '당연시'하던 문화는 이제 반대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문화로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많은 '혜택과 배려'를 준다고 여기지만, 여성은 잠재적 '인력 공백' 이고, 높은 남성 육아 휴직률을 보유한 회사는 대서특필이 되는 것이 현재 사회다.

정부는 280조 원을 투입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꾸리며 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저출산의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저출산 현상은 장기적으로 누적된 수많은 요인이 쌓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혜택을 줄 테니 아이를 낳아라'라고 한들 둘러싼 사회적, 법제도적 환경이 '가정 친화적', '육아 우선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신체적·정신적 능력 이상의 헌신을 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정부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공분양주택의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하고, 다자녀 차량에 대해 버스전용차로 이용을 허용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검토하는 등 다자녀의 범위와 '혜택'을 확대코자 한다. 이 정책들은 출산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에 대다수를 차지할 출산과 무관한 세대에게는 '남들은 누리지 못하는데 다자녀 가족이니 특별히 누리게 해준다'는 혜택일 뿐이다. 즉 출산 장려 및 다자녀를 위한 정책들은 저출산 문화가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역차별적' '특혜'일 뿐이고, 결국 대다수의 목소리는 대다수의 투표권으로 돌아와 특혜적 정책은 폐지되거나 육아 가정엔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완화·순화된다.



이처럼 민주주의 체계 내에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필연적으로 '고령 중심'의 사회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아니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 중심 사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다수 제3자에게 '특혜'로 보이는 제도·정책은 실현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난임시술 비용, 신혼가구 특별공급 등에 소득 요건을 철폐·완화하는 등의 움직임은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정책입법 개발자는 더욱 과감하게 현재의 표층이 아닌 미래의 표층, 즉 태어날 세대를 위해 과감한 정책·입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급진적 정책의 연속으로 점진적인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신혼특공, 버스전용차로 이용, 주차우대, 남자 직원 육아휴직 의무화 등이 그 예이다.

필자는 세 아이를 양육하는 커리어맘으로 '나라에서 다 키워주는 거 아니냐, 혜택을 많이 받겠다'는 얘기를 들으면 억울하다 못해 화가 난다. 돌봄인력은 출산부터 지금까지 사비로 고용하고 있고, 현행출산 육아 장려 정책은 소득 요건, 자녀 연령 요건 등에 걸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도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아도 월 1만여 원 정도의 감면 혜택이 전부다.

저출산 해결의 묘책은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사회적 담론' 변화에 있다. 담론의 변화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변화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서서히 이루어진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법제도적 환경 조성과 정책결정권자들이 미래 투표권자들을 위해 과감히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담론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젠 출산 장려 및 다자녀 우대 정책들이 더 이상 혜택의 시선이 아니라 의무적인,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항으로 담론이 변화해야 저출산을 타개할 수 있다. 우리 사회문화가 출산 장려 정책과 다자녀 우대 정책을 '특혜'가 아닌 아이 우선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희망해본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