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진 교수 |
우리나라의 출생아는 1959년부터 1971년까지 매해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지난해는 23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어 작년에 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은 1961년생이 94만 명으로서, 당시 태어난 108만여 명 가운데 87%가 이미 환갑을 지나 생존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남자 86.3세, 여자 90.7세임을 고려한다면, 올해 태어난 아이들은 21세기를 지나 22세기까지 충분히 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80년대까지 지속 증가해 100억 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인구학자들은 예측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세계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해 10세대, 300년 이후에는 20억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목격하지 못한 이러한 급격한 인구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헤쳐나가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전 지구적 변화로서 모두가 일상에서 실제로 체험하는 위기는 지구의 온난화이다.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오존층의 감소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와 기후 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되기 이전인 1800년대의 지구 온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재앙적인 기후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2016년 파리 협정에서 정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제한 목표는 1.5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 기온은 이미 1.48도 상승한 것으로 측정되면서 기후 재앙 마지노선이 조기에 깨지고 심지어 올해 일시적으로 1.5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가 역대 가장 더웠던 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비교한다면 역설적으로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있지만, 지구 온도 상승을 멈추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지구 기온 상승 2도라는 차선책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 재생 가능 에너지의 사용량을 크게 확대해서 탄소 중립과 RE 100(Renewable Energy 100%)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와 기업, 개인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최근 평가에 따르면 화석 에너지 축소와 재생 에너지의 확대에 힘입어 목표로 정한 205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국가와 지역이 갈수록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 위기와 전 세계적 현상인 기후 위기를 맞아 한국의 소멸 또는 인류 멸종의 가능성이 가끔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500여 만 년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적응 능력은 생각보다 탁월하며 때로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약 2만 년 전의 마지막 빙하기에는 지구 평균 온도가 지금보다 5도 이상 추웠고 이에 따라 빙하와 만년설이 대부분의 고위도 지방을 덮으면서 해수면은 120m 이상 낮아졌다. 이러한 극심한 환경 속에서도 인류의 조상은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로 이동하여 신대륙의 이주를 개시한 바 있다.
올해 태어난 아이들의 미래는 마냥 어둡거나 아니면 한없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도전과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로 가득하다는 점에서는 기성세대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지구라는 아름다운 행성에 태어난 아이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이들의 유일한 삶의 터전을 잘 지키고 가꾸는 데 모두 노력하는 것을 새해의 다짐 가운데 하나로 삼으면 좋겠다.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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