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으로 이름을 날린 유명 방송인 강원국 작가가 내전한 자리에서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해 12월말까지 2년 반 동안의 방송을 마치고 이번에 인터뷰이 중 가장 울림이 있었던 분들을 모아 책을 내게 됐다는 강원국 작가는 "인생의 깨달음, 깨우침이 있는 분들 위주로 선별했다"고 전했다.
강원국 작가는 "방송을 하는 동안 청취자들에게 재미와 감동, 깨달음을 동시에 드리기 위해 메시지를 뽑아내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며 "인터뷰를 해주신 분이 찝찝하지 않게 후련함을 느끼고 기분 좋게 가실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또 "인터뷰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시니어 모델하시던 분인데 60세에 박사학위에 도전하셨고, 70세에 모델에 도전하신 그 분 말씀을 들으면서 나도 아직 안 늦었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제 이번 책에서는 '최재천의 눈물', '유시민의 도전', '유현준의 결핍', '최인아의 질문' 등 15명의 삶 깊은 곳에서 발견한 '별의 순간들'을 만나 보실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강 작가는 “제 책에 나오신 분들에게서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거의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역경의 시절을 겪었고 이를 지금의 삶으로 뛰어넘어올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극복과 재생의 드라마를 써가며 지금에 이른 이들에게는 어떤 남다른 삶의 지혜가 있었는지, 절망의 시절에도 삶의 성패보다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삶의 방향성을 끝내 놓지 않은 순간에 주목하고 어떻게 자기만의 길을 열어냈는지 탐구하고, 15인 모두 각기 달랐던 삶의 지혜를 이 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강 작가는 5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 출간 후 글쓰기 책을 연달아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강연과 방송 활동을 이어왔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맡았던 시절,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을 써내려면 무엇보다 두 대통령의 삶과 생각 속으로 밀착해 들어가는 사람 공부가 먼저였다. 이러한 '강원국의 경청'은 글쓰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리 사회를 변혁시키고, 때로는 아픔이 있는 곳을 보듬어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일생을 들었다. 그들이 이룬 성취의 위대함을 비추기보다, 지금의 삶으로 도약하기까지 인생의 지혜와 삶을 뒤바꾼 결단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최인아 대표가 '자신만의 질문법'으로 두 번째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면,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지금의 삶에 당도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결핍과 불안을 직면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로 이끄는 강원국의 물음에 끝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눈물을 보인 유현준 교수는 어느 밤 슬픔에 휩싸였던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받았던 일화, 형에게 늘 밀려 열등감에 억눌렸던 시절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화목'을 향하는 자신의 건축 철학에 이르면 그의 마음속에 도사리는 감정이 어떻게 삶의 동력이 되고, 건축 철학의 밑바탕이 되었는지 자연스레 드러난다.
결과의 위대함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는 강원국의 특별한 대화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모든 삶에 똑같이 적용되는 지혜란 없듯이, 이 책이 담고 있는 15인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수포자 아들이 아버지 퇴직금 들고 미국으로 유학 떠나며 비행기 안에서 펑펑 울었다는 최재천의 어릴 적 사연, "인문학자들은 거만한 바보들"이라는 리처드 파인먼의 말에 발끈해서 과학 책을 읽기 시작한 뒤 스스로 바보임을 인정했다는 문과생 유시민의 공부 이야기, 한국 최초의 여형사라서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형사 되기 바빴지, 무슨 여형사입니까"라는 답으로 질문자의 선입견을 단박에 부순 박미옥의 인생 이야기까지. 강원국 작가는 그들 삶의 변곡점 앞에서 조용히 감탄한다. 살살 성미를 긁고 슬쩍 눙치는 말로 그들이 더 깊은 속내를 꺼내길 부추긴다. 강원국 작가의 인터뷰가 특별한 것은 그들이 성취한 결과의 위대함을 빛내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강원국 작가는 고백한다.
“저 역시 열등감에 시달리는 한 사람이었다”며 “타고난 재능과 기질을 한탄했고, 노력하지 않고도 잘 해내는 사람을 부러워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우리 시대 만인보를 기록하면서, 다시 그 정수를 모아 이 책을 펴내면서 깨닫는다”고 말했다.
“늘 빛나는 존재로 사랑받아온 것처럼 보이는 이들 역시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것을. 하나같이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고 시작은 미미했다는 것을. 자신이 처한 상황과 닥친 어려움을 인정했지만 그 앞에서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탄탄대로만 걸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쓴 지금, 저는 다시 고백합니다. 기꺼이 실패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강 작가는 “타고난 인간은 없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을 돌파하고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전환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삶에서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인 '별의 순간들'을 마주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강원국 작가는 1962년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대우증권,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실 행정관, 대통령 비서실 연설비서관, 효성그룹 비서실 상무, KG그룹 상무, KG 케미칼 감사, 메디치미디어 편집주간, 전북대학교 기초교양교육원 초빙교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객원교수이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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