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
우주개발, 가속기 구축 등과 같은 거대과학 분야는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대규모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학계의 협력을 강조하는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픈 사이언스'란 과학지식의 창출 과정과 결과를 개방하자는 움직임이다. 누구나 연구 데이터와 결과물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학지식의 창출과 확산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우주에서는 다양한 원소들이 생성된다. 원소들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는 희귀동위원소가 발견된다. 희귀동위원소는 불안정한 원소이므로 빛을 내거나 입자를 방출하면서 안정적인 원소로 바뀌게 되는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매개체로 사용한다. 병원 핵의학과에서 암을 진단할 때 양전자 방출 촬영기술에 희귀동위원소를 사용하는 것이 한 예다.
국내 중이온가속기 라온에서 얻은 기초과학 연구 결과물이 우리 실생활에 주는 유익함은 무엇일까? 가속기 활용 희귀동위원소 개발은 핵물리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하기도 하지만 화학자, 생물학자, 약학 및 의학 연구자와 함께 결과물의 유익함을 나눌 때 방사성의약품으로 암 진단 또는 치료제인 유익한 물질로 활용된다. 필수 희귀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한 가속기 기술의 발달이 암 치료기술을 향상시켰다고 할 수 있다. 기초과학의 개발에서부터 임상 시험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데이터의 가치는 우수한 치료 효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국내 중이온가속기 라온에서 얻은 기초과학 연구 결과물은 앞으로 우리 실생활에 더욱 유익하게 작용할 것이다.
'오픈 사이언스' 효과는 팬데믹 상황에서 두드러졌다. 백신 개발에는 보통 10년 이상이 소요되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자국 코로나 환자로부터 얻은 다양한 데이터를 공개해 연구의 효율을 높이고 연구 결과 또한 적극적으로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의 개방, 공유, 활용에 대한 인식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가 더 많은 곳에서 활용될 때 치료기술의 발전도 속도를 더하게 될 것이다.
오픈 사이언스가 세상을 바꾼다. 기초과학 결과물의 개방이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 지구와 우주 그리고 생태계와 인간 사회는 기초과학에 새로운 질문을 많이 던지고,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분야를 발견하고 개척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에서 한두 명의 천재 과학자보다 많은 양의 연구 데이터가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인류는 그간 천재 과학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초과학의 결과물을 개방하지 않아서 시도하지 못했던 여러 난제들에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과 독점이 아닌 협업과 개방이야말로 21세기 기초과학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오픈 사이언스, 지식의 나눔 문화는 반드시 증진돼야 할 과학의 덕목이다.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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