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쟁, 그것도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해전을 다루니 소재적으로 대작을 만들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형 사극 영화는 이미 많이 있어왔습니다. 첨단의 촬영 기술과 박진감 넘치는 편집, 음향이 사용되어 관객들에게 시청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반복은 지루함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바다와 전쟁이라는 역사적 공간과 사실을 바꿀 수는 없으니 필요한 것은 영웅 이순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상 우리는 세 편의 연속된 영화를 통해 이순신이라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인물을 만날 뿐 그가 직면했던 시대와 현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알게 되지는 못합니다. 제아무리 훌륭한 영웅이라도 혼자서 전쟁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합쳐서 7년간 이어진 전쟁이 있고, 그 중간에 전쟁보다 긴 약 4년 간의 휴전이 있었습니다. 전쟁을 둘러싸고 조정에서는 정치적 갈등이 벌어졌고, 이에 따라 이순신 장군에 미친 영향이 막대했으며, 심지어 백의종군의 형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많은 백성들이 이순신을 따랐지만 부하들 중에는 적과 내통하는 자도 있었고, 원균과 같은 정적에 가까운 장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순신이 맞서 싸워야 했던 것은 단지 왜군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아우르지 못하다 보니 영화는 다분히 평면적이고 단순합니다. 캐릭터의 변화만이 아니라 촬영과 편집을 통한 앵글의 깊이, 플래시백, 평행 및 교차 편집 등 시간의 다변화를 통해 영화는 입체성을 갖게 되는데 이 영화는 이런 점에서 대단히 아쉽습니다. 이순신은 명량, 한산, 노량이라는 대첩에 직면해 있고,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만이 현재적, 순차적으로 진행될 뿐입니다. 소재주의의 한계를 벗지 못한 대작 시리즈가 유감스럽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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