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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책 사업 공모 성패를 좌우하는 각 지자체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일률적으로 경쟁시킨 탓인데 국가균형발전 역행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 사업 공모 결과 수도권이 선정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기도 용인을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을 육성한다는 정부의 방향성에 지역 반도체 기반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실제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대전시는 지난해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공모 사업에서 경기 용인과 평택에 밀렸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1년 K-바이오랩 허브 후보지를 인천으로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후보지를 경기 시흥과 인천 송도로 압축했다. 최근 바이오 분야 공모 사업에 뛰어들었던 대전과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수도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가공모사업 중 비수도권 지자체가 따낸 것은 지난해 12월 충북이 오송이 글로벌 혁신도시 특구(바이오 분야), 지난해 7월 경북 구미가 반도체 특화단지를 가져간 것을 빼면 최근 수년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애초 정부가 공모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동일 선상에 놓고 경쟁을 시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정 상황, 관련 산업 인프라만 놓고 보더라도 여건과 능력에 차이가 분명하지만,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지역균형발전을 도외시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국가 공모 사업에서 수도권이 빠지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들어 수도권 참여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라며 "대기업 본사, 연구중심병원 등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데 동일 선상에서 보다 보니 비수도권이 들러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공모 사업을 준비하는 대전시의 고심이 깊다. 최근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 국가 공모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이번 공모 역시 수도권 규제가 없다 보니 인천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 바이오 관련 사업을 인천에 몰아줬던 정부가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그간 사업의 평가 기준의 불공정 문제가 대두됐던 만큼 이번 특화단지 선정 과정에 지역 가점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더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이 반복돼선 안 된다"라며 "바이오 특화단지 선정 기준이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지역균형 발전 가점 등 '국가균형발전'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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