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휘 부의장 |
2024년 갑진년 청룡의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가기도 하고 새해를 맞이하러 일출 명소를 찾는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보거나 제야의 종 타종식을 보면서 소원을 빌고 새로운 결심을 한다. 어제의 태양과 새해 첫날의 태양이 다르지 않고 일출 시간에도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필자도 새해를 맞아 새로이 한 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했다. 평소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서 느꼈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에티켓 차원의 경험을 떠올리며 갑진년 새해에 없어졌으면 하는 것들을 생각해 봤다.
먼저 사람들과 첫 대면에서 인사를 나누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 대개의 경우 초면에 인사를 나누게 되면 통성명을 하고 서로의 관심사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최근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몇 학번 이세요?"라며 대학에 입학한 해를 묻는 일이 왕왕 있었다.
필자가 대학에 진학할 때는 진학률이 약 35%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정형편 등 여러 가지 사정들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10명 중 3~4명 정도만 대학 진학을 한 것이니 대학 진학이 특별한 시기였다. 필자와 동년배이거나 또래들은 학번을 묻는 질문에 누군가는 아주 불편하고 답변을 할 수 없어 얼굴이 붉어질 수 있겠다는 염려가 되었다. 어쩌면 모임 자체가 불쾌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번이 없는 사람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그리고 왜 학번을 물어야 할까?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학벌주의와 연공서열이 내재 되어 있어 나이를 기준으로 선후배나 형님 동생을 정하기 위함일 것이다. 또 이야기의 끈을 학연과 지연을 통해 이어가려는 의도에 따른 질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교에 진학한 여부를 확인하는 학번에 대한 질문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자존감에 상처를 내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화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외국인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사람들과 식사를 나눈 일상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불쾌함을 느꼈다는 사례다. 내용을 들어보니 좌식에서 양반다리로 식사하면서 계속해서 양말(발)을 만지며 말하던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행동 유형도 다양한데 젓가락을 쪽쪽 입으로 빨면서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고 맛있는 반찬을 자기 앞에 끌어다 놓고 먹는 사람, 상대방이 식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코를 푸는 사람도 있다. 외국인들이 대표적으로 꼽은 불쾌한 식사 사례다.
시각에 따라서는 지엽적인 사례라 여길 수도 있겠으나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행동 양식을 생활화하고 이를 성숙한 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 양식이 우리 사회의 문화가 되고 시대를 지배하는 이념이 된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학번을 묻고 나이를 묻는 일, 출신 지역을 묻고 졸업한 학교를 묻는 일, 함께 식사하는 일상 생활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OECD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는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세계 속의 한류를 이끄는 문화예술 영역의 강국이다. 청룡의 해인 2024년은 이러한 국가 위상에 걸맞게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수준과 에티켓이 크게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을 가져본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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