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대전의 명당보다 세상의 빛, '명당 대전'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대전의 명당보다 세상의 빛, '명당 대전'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 승인 2024-01-07 09:21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
김덕균 단장
용의 해다. 용은 존엄하고 귀한 존재이다. 그래서 용꿈이라도 꾸면 최고의 복을 받은 것처럼 즐거워한다. 새해라서 용과 관련된 덕담도 넘쳐난다. 어차피 용은 상상의 동물이니 맘껏 얘기한들 틀릴 것도 없다. 그런데 대전에는 유난히 용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또 그 용이 들어간 지역은 대개가 명당이라 말한다. 그곳에서 어떤 인물이 나왔는지도 덧붙인다.

결국 대전은 명당이 많은 도시다. 이때 명당은 지형 조건에 따른 풍수상의 명당이다. 풍수 명당은 적당한 바람과 물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적당한 물과 바람은 대개가 높지 않은 산과 구릉 지대에 만들어진다. 시내 곳곳을 흐르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과 어우러진 야트막한 산들의 조화가 대전의 곳곳을 명당으로 만들었다. 대전에 태풍 홍수와도 같은 물과 바람으로 인한 자연 재해가 많지 않은 것도 대전이 명당이기 때문이란 설도 있다.

그런데 그런 명당의 자연적 조건은 기후와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사시사철이 분명한 전형적인 냉온대 기후에 속한다. 여름철은 열대기후만큼 덥고, 겨울철은 냉한대 기후만큼 춥다. 그래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곳이 삶의 최적지이고, 거기가 바로 명당이다. 겨울에는 매서운 북서풍을 피할 수 있고,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더위를 피하고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어야 명당이다. 그런 최적의 공간은 대개가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뒤로 산이 있고 앞으로 물이 있는 형태이다. 대전에 명당이 많은 것은 적절한 산과 물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 명당에서 인물이 날까 아니면 인물이 나서 명당일까. 인물이 나서 명당이란 말이 그럴 듯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보통 명당에서 인물이 난다는 게 명당론의 기본이다. 목숨 걸고 명당을 차지하려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명당에서 인물 난다는 속설은 틀리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정치 사회적, 지리 자연적 조건 때문이다. 사시가 분명한 지리 자연적 조건과 농경 신분 사회라는 정치 사회적 조건을 살핀다면 정답이 나온다. 냉온대 기후조건 속에서 찾아진 살기 좋은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제 여기를 누가 차지하는가의 정치 사회적 문제이다. 농경사회는 정착사회이고 신분 사회는 계급사회이다. 정치 사회적 기득권층이 살기 좋은 땅을 먼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신분 높은 사람이 명당을 차지하고 그곳에서 대대로 맥을 이어가며 누리기 좋은 구조이다. 그런 좋은 곳을 선점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과 비교해서 좀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건 당연지사다. 사회적 진출 기회도 많다. 개천에 용 날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명당의 본래 의미이다. 명당(明堂)이란 글자 그대로 세상을 밝혀주는 집이다. 옛날엔 천자가 살던 궁궐을 명당이라 했다. 정치와 교화로 세상을 밝혀주는 기능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윤리를 밝혀주는 곳을 명륜당이라 했다. 학교도 명당이 되는 까닭이다. 이렇듯 명당은 하는 일과 기능에서 나왔다. 관공서나 학교, 종교기관이 사회적 횃불 역할을 한다면 모두가 명당이다. 아무리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에 있을지라도 그곳에서 세상을 밝혀주는 일을 한다면 최고의 명당이다. 본래 명당의 의미에는 자연 지형에 따른 풍수 개념은 없었다. 명당론에 자연 풍수론이 가미된 것은 훗날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대전에는 세상을 밝혀주는 명당이 곳곳에 있다. 중앙에는 시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시청과 정부 청사 등 관공서가 있고, 북쪽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품격을 높여주는 국가급 연구단지와 대학들이 있고, 남쪽으로는 한국인의 따스한 정과 풍요로운 정신을 선양하는 효 관련 기관들이 집중되어 있다. 모두가 대전과 대한민국을 빛내고 밝혀주는 공간들이니 명당 중의 명당이다. 용이라는 상서로운 동물 이름이 들어가서, 또 온갖 풍수상의 지형 조건이 맞아서 대전에 명당이 많다는 것보다는, 세상의 빛이 되어 명당의 기능과 역할을 잘 감당하는 '명당 대전'이 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번주 대전 벚꽃 본격 개화…벚꽃 명소는?
  2. [속보] 4·2재보선 충남도의원 당진 제2선거구 국힘 이해선 후보 당선
  3. '미니 지선' 4·2 재·보궐, 탄핵정국 충청 바닥민심 '가늠자'
  4. [속보] 4·2재보선 대전시의원 민주당 방진영 당선…득표율 47.17%
  5. [사설] 학교 '교실 CCTV 설치법' 신중해야
  1. 세종시 문화관광재단-홍익대 맞손...10대 관광코스 만든다
  2. 대전 중1 온라인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재시험 "정상 종료"… 2주 전 오류 원인은 미궁
  3. 올해 글로컬대학 마지막 10곳 지정… 지역대 사활 건 도전
  4. [사설] 광역형 비자 운영, 더 나은 방안도 찾길
  5. 세종대왕 포토존, 세종시의 정체성을 담다

헤드라인 뉴스


윤석열 대통령 전격 파면… 헌재 8명 만장일치 `인용`
[이슈] 청소년 비행 잡고 불법촬영 막아주는 대전자치경찰위 `과학치안`
[이슈] 청소년 비행 잡고 불법촬영 막아주는 대전자치경찰위 '과학치안'

"이곳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담배 피우지 마세요"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공원에서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하며 비행을 저지를 때 인공지능(AI)이 부모님을 대신해 "하지 말라"고 훈계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대전 대덕구 중리동의 쌍청근린공원 일대에는 어른 대신 청소년들의 일탈과 비행을 막는 스마트 AI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영상카메라라는 '눈'을 통해 AI가 담배를 피우는 동작과 술병 형태, 음주하는 행위를 감지해 그만할 때까지 경고 음성을 내뱉는 것이다. 이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전자치경찰위원회가 과학기술업..

`결국 폐업`…1분기 충청권 건설업 폐업신고 17건
'결국 폐업'…1분기 충청권 건설업 폐업신고 17건

올해 1분기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가 16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이후 같은 분기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충청권 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는 17곳으로 집계됐다. 3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16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4년 1분기(134건)보다 약 12% 늘어난 수준이다. 1분기 기준으로 비교하면, 202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 5년간 1분기 폐업 신고 건수는 ▲2024년 134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기뻐하는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기뻐하는 시민들

  •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라’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라’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