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균 단장 |
결국 대전은 명당이 많은 도시다. 이때 명당은 지형 조건에 따른 풍수상의 명당이다. 풍수 명당은 적당한 바람과 물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적당한 물과 바람은 대개가 높지 않은 산과 구릉 지대에 만들어진다. 시내 곳곳을 흐르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과 어우러진 야트막한 산들의 조화가 대전의 곳곳을 명당으로 만들었다. 대전에 태풍 홍수와도 같은 물과 바람으로 인한 자연 재해가 많지 않은 것도 대전이 명당이기 때문이란 설도 있다.
그런데 그런 명당의 자연적 조건은 기후와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사시사철이 분명한 전형적인 냉온대 기후에 속한다. 여름철은 열대기후만큼 덥고, 겨울철은 냉한대 기후만큼 춥다. 그래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곳이 삶의 최적지이고, 거기가 바로 명당이다. 겨울에는 매서운 북서풍을 피할 수 있고,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더위를 피하고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어야 명당이다. 그런 최적의 공간은 대개가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뒤로 산이 있고 앞으로 물이 있는 형태이다. 대전에 명당이 많은 것은 적절한 산과 물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 명당에서 인물이 날까 아니면 인물이 나서 명당일까. 인물이 나서 명당이란 말이 그럴 듯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보통 명당에서 인물이 난다는 게 명당론의 기본이다. 목숨 걸고 명당을 차지하려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명당에서 인물 난다는 속설은 틀리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정치 사회적, 지리 자연적 조건 때문이다. 사시가 분명한 지리 자연적 조건과 농경 신분 사회라는 정치 사회적 조건을 살핀다면 정답이 나온다. 냉온대 기후조건 속에서 찾아진 살기 좋은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제 여기를 누가 차지하는가의 정치 사회적 문제이다. 농경사회는 정착사회이고 신분 사회는 계급사회이다. 정치 사회적 기득권층이 살기 좋은 땅을 먼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신분 높은 사람이 명당을 차지하고 그곳에서 대대로 맥을 이어가며 누리기 좋은 구조이다. 그런 좋은 곳을 선점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과 비교해서 좀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건 당연지사다. 사회적 진출 기회도 많다. 개천에 용 날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명당의 본래 의미이다. 명당(明堂)이란 글자 그대로 세상을 밝혀주는 집이다. 옛날엔 천자가 살던 궁궐을 명당이라 했다. 정치와 교화로 세상을 밝혀주는 기능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윤리를 밝혀주는 곳을 명륜당이라 했다. 학교도 명당이 되는 까닭이다. 이렇듯 명당은 하는 일과 기능에서 나왔다. 관공서나 학교, 종교기관이 사회적 횃불 역할을 한다면 모두가 명당이다. 아무리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에 있을지라도 그곳에서 세상을 밝혀주는 일을 한다면 최고의 명당이다. 본래 명당의 의미에는 자연 지형에 따른 풍수 개념은 없었다. 명당론에 자연 풍수론이 가미된 것은 훗날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대전에는 세상을 밝혀주는 명당이 곳곳에 있다. 중앙에는 시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시청과 정부 청사 등 관공서가 있고, 북쪽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품격을 높여주는 국가급 연구단지와 대학들이 있고, 남쪽으로는 한국인의 따스한 정과 풍요로운 정신을 선양하는 효 관련 기관들이 집중되어 있다. 모두가 대전과 대한민국을 빛내고 밝혀주는 공간들이니 명당 중의 명당이다. 용이라는 상서로운 동물 이름이 들어가서, 또 온갖 풍수상의 지형 조건이 맞아서 대전에 명당이 많다는 것보다는, 세상의 빛이 되어 명당의 기능과 역할을 잘 감당하는 '명당 대전'이 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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