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법률사무소 근무하는 법률 비서들도 요즘 이직률이 굉장히 높은데, 신참이 들어오면 일을 가르쳐주지 않고 점심시간에 빼놓는 등 견제와 따돌림이 흔하다고 한다. 결국, 몇 달 되지 않아 또 직원을 뽑아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사무소 직원 둘이 서로 죽이 잘 맞아 툭하면 웃음꽃이 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겁을 주기를, 직원 한 명을 더 뽑게 되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생겨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그래서 좋은 대안은 다음번에는 다른 성별로 뽑는 것이라고.
이 같은 직장 내 갈등이 심화되면 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법적인 문제가 된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에 대해 고용주나 다른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한 범위를 넘어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몇 년 전 한창 이슈가 됐던 것인데 바로 간호사 사회의 '태움'이라는 현상이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의미로, 선배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으로 길을 들이는 것을 말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현장에서 긴장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큰 사고가 발생하므로 이런 문화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도를 지나쳐 신임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일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고, 2019년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법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법의 제정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감소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법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마도 음성적으로 자행되고 드러나지 않던 것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이상 직장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람이 73%에 달하고 매일 괴롭힘을 경험한다는 사람이 12%였다. 이 정도면 정말 보편적일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고용주에게 신고해 회사 내에서 일차적으로 조치를 취하게 되고 만일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할 수가 있다. 또 괴롭힘 행위가 폭행, 모욕, 성추행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경찰 고소 등 형사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최근에는 노골적인 직장 내 괴롭힘은 줄고 대신 업무나 식사 배제 같은 교묘한 따돌림과 정서적 괴롭힘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짝이 없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법률가로서 조언 드릴 것은, 아무리 힘들고 억울하고 분해도 덮어놓고 고충 신고 등을 하지 말고, 그 전에 변호사 상담 후 충분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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