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의 삼원색은 빨강, 노랑, 파랑으로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색의 인식은 빛의 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은 대상이 빨강색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프리즘에 빛이 통과하면 파장의 길이에 따라 무지개 색이 나타난다. 파장이 긴 것부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로 보인다. 먼셀은 기본 원색에 빨강(R), 노랑(Y), 녹색(G), 파랑(B), 보라(P) 5색을 배치하였다. 두 가지 색을 동일한 비율로 합치면, 명칭도 합하는 방식이다. 주황(YR), 연두(GY), 청록(BG), 남색(PB), 자주(RP)로 명명한다. 여기에 명도와 채도가 더해지면 우리가 보는 모든 자연색이 분류 된다.
우리는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 오방색으로 인식하였다. 오방색은 오정색, 오색, 오채라고도 하는데, 오행을 상징한다. 오행은 우주만물의 변화에 대한 인식 방법으로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을 말한다. 나열한 순서대로 상생 교체된다고 보았다. 방향은 동, 남, 중앙, 서, 북에 해당하고, 계절은 봄, 여름, 중심, 가을, 겨울 순이다. 신의 배치도 청룡, 주작, 중앙, 백호, 현무 순으로 하였다. 이름의 돌림자도 오행에 따르는 등,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생활 면면에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방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각 색 사이의 중간색은 오간색이라 부른다. 서방과 동방 사이는 아주 짙은 푸른색인 벽색(碧色), 동방과 중앙 사이는 녹색(綠色), 남방과 서방 사이는 홍색(紅色), 남방과 북방 사이는 자색(紫色), 북방과 중앙 사이는 누런 말의 털과 같은 류황색(?黃色)이 놓인다.
올해는 청룡의 해이다. 간지와 오행이 만나 붙여진 이름이다. 때문에 60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상기한 바와 같이 청색은 태양이 솟는 동방이다. 나무가 푸르러지니 청색이요, 봄으로 인식한 것이다. 처음이자 변화의 시작이다.
용 또한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성이나 정전의 천장, 벽, 출입문, 용상, 곤룡포 등에 그려 넣었으며, 일반인도 치미, 종뉴, 다리, 문고리, 문갑, 벼루, 향로, 도자기, 다기 등의 시설과 생활용품, 공예품 장식에 멋스럽게 표현하였다. 순수회화, 민화로도 많이 그려졌다.
청룡의 해에 떠올리게 되는 그림은 현재 심사정(玄宰 沈師正, 1707 ~ 1769)의 <운룡등천(雲龍登天)>이다. 특별히 심사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개하다보니 제일 많이 언급한 것 같다. 정선에게 사사하긴 했지만, 중국의 절파와 남종화풍을 받아들여 개성 있게 녹여낸 화풍이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리라.
용이 승천하자 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왠지 겸연쩍은 듯해 보이는 해학적인 용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발과 구름사이로 드러난 몸통이 무한한 공간으로 시선을 이끈다. 번진 농담의 적절한 배치에 신령스러움과 생동감이 넘친다. 기운생동이 절로 느껴진다. 용이 용솟음치면 떼구름이 일고, 호랑이가 내달리면 바람이 인다. 운종용(雲從龍) 풍종호風從虎), 이는 원래 주역 상경에 나오는 말로 자연의 순리에 대한 설명부분이다. 천지의 역동적 움직임, 변화에 대한 설명이다. 성인이 일어나니 만물이 우러러 본다 또는 성인의 출현으로 만물에 대한 진리가 밝게 드러난다(聖人作而萬物覩)로 해석하는 구절이 이어진다.
청색은 시작이요, 용은 변화와 지도자의 상징이다. 청룡의 해,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지 않은가? 올바른 변화의 시작이 기다린다. 심기일전, 진리와 순리가 바탕인 탁월한 인재 선출로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변화의 시대를 열자. 그로인하여 대한민국이 세계 선도국가가 되길 기대해본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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