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장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 연구’로 박사학위 받다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 연구-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면책사례를 중심으로 -’를 제목으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 5월 25일 중도일보 주최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을 통해 '진실과 공익, 두 개 키워드로 본 저널리즘 윤리' 에 대해 이야기했던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장(변호사)이 4일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대 일반대학원 언론정보학과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고 2월에 졸업하게 됐다는 양재규 팀장은 “언론의 허위보도 문제는 그동안 주로 언론 자유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며 “미국에서는 1964년 NY times v. Sullivan 판결로 세워진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법리에 따라, 또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85다카29 대법원 결정으로 확립된 '보도의 상당성' 법리에 의거 해 언론의 보도가 비록 허위일지라도 언론 자유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기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악의성 법리'를 채택, 공인 관련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지금까지 언론의 허위보도 문제에 관한 주된 논의는 해당 보도가 보도 당사자의 명예나 초상권 등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전제 하에서 상충하는 언론 자유와 인격권 사이에서의 조화로운 보호 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모아졌다”며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는 주체인 언론, 다시 말해 미디어의 특수한 지위에 주목해 언론에는 진실보도의무가 있고, 언론의 허위보도 시 언론 자유와 진실보도의무 간 내부적 충돌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 판단에 있어서는 외부적 충돌, 즉 언론 자유와 보도 당사자의 인격권 간 충돌의 문제를 고려함과 동시에 진실보도의무와의 내부적 충돌의 문제 또한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또 “이러한 관점 하에서 우리나라 법원에서 선고된 언론의 허위보도 관련 손해배상 면책판결 사례 67건을 수집,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법원은 '사상의 자유시장론' 및 '국민의 자기통치론' 등 종합적인 시각에서 '언론의 자유'를 이해하고 있고, 공적 영역에 대한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 보호를 위해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을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의 일부에서 언론의 진실보도의무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인 판결에서는 언론 자유와 진실보도의무 간 내부적 충돌의 문제는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언론이 사건의 진상이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시점에서 공인의 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한 경우 비록 그 의혹이 보도 이후 허위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그러한 의혹 제기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면 역시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이와 같은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 관련 판결 태도는 이른바 '가짜뉴스'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 주는 함의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양 본부장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했고,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30기를 수료했다.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했고, 2004년부터 언론중재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 홍보팀 팀장, 언론중재위원회 운영본부 기획팀 팀장,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중재팀 팀장,언론중재위원회 법무상담팀 팀장으로 일해왔다.

월간 「신문과방송」 '법을 알고 기사 쓰기' 연재(2007년 4월 ~ 2014년 12월), 월간 「THE PR」 '양재규의 피알Law' 연재(2018년 5월~2022년 7월), 범죄기사에 대한 언론인과 법조인의 인식 유형 및 그 특징에 대한 연구(언론과법, 2016), 공인의 성범죄 보도, 알권리인가 사생활 침해인가?-공인의 성범죄혐의보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중심으로(언론중재, 2016), 범죄수사 관련 보도자료 기사화의 법적 문제점(미디어와 인격권, 2017), 언론분쟁조정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검토와 전망-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중심으로(언론중재, 2021), 슬기로운 시정권고 활용법: 언론의 사회적 책임 제고와 시정권고 제도(언론중재, 2022), 기자와 변호사가 함께 쓴 초상권 이야기(공저, 2010), 언론 자유 향상을 위한 법률적 방안(공저, 2018), 현장 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공저, 2019), 글로벌 미디어플랫폼과 뉴스(공저, 2019),영상보도 가이드라인(공저, 2020), 언론법학자의 생애와 사상(공저, 2021), '미디어와 인격권' 교육 커리큘럼 및 활성화 방안(공저, 2023)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구제방안과 언론중재위원회,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예방방안과 언론중재위원회, 방송과 초상권, 방송과 명예훼손 등에 대해 언론사와 대학, 각급 단체나 기관 등에서 다수의 강의를 해왔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