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용전(龍田)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용전(龍田)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 승인 2024-01-03 10:52
  • 신문게재 2024-01-04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40103084808
백남우 회장
대전은 갑천, 유등천, 대전천과 같은 도심을 통과하는 수변에서 발달한 도시여서 그런지 유독 용(龍)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동구 용운동·용전동·비룡동·용계동, 중구 용두동, 서구 용문동·용촌동, 유성구 용계동·복룡동·도룡동·구룡동·용산동, 대덕구 용호동과 같이 13개의 법정동명과 동구 가양동의 흥룡, 사성동 모래재의 청룡골, 용운동의 용방이·용수골, 서구 산직동의 용태울, 유성구 성북동의 용바위 등과 같은 지명도 수북하다.

용은 동아시아의 설화에서 뱀과 같은 몸에 새의 다리, 사슴의 뿔, 물고기의 비늘로 된 상상의 동물로 순우리말로는 '미르'라고도 한다. 동양에서는 성스러운 존재이지만 서양에서의 드래곤은 파괴의 상징이기도 하다.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가 도를 닦아 여의주를 획득하면 용이 된다고 하고, 중국에서는 잉어가 오래 묵어 용문에 오르면 용이 된다는 등용문 이야기도 있다. 용과 돼지의 코가 같은 모양에서 용은 돼지와 함께 복(福)을 의미하기도 한다. 용은 왕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문무왕은 지의법사에게 "나는 죽은 뒤 동해의 호국 청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를 수호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용의 비늘이 81개로 역린(반대로 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격노한다는 한비자(韓非子)의 〈세난(說難)〉에 나오는 말과 용구자설, 용두사미, 화룡점정, 용호상박 등 용과 관련된 용어 등도 많이 쓰인다.

2014년은 푸른색에 해당하는 갑(甲)과 용을 상징하는 진(辰)인 갑진년 청룡(靑龍)의 해이다. 청룡(靑龍)은 한자 문화권에서는 상상의 동물로, 파란색 또는 초록색을 띤 용을 의미한다. 같은 푸른 창(蒼)자를 써서 '창룡(蒼龍)'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원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의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용이 도를 깨우치면 비늘의 색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해서 청룡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청룡은 사신(四神)들 중에서 가장 존엄하고 고귀한 존재이며 심해 용궁에 살며, 하급 용들의 수장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에서는 동쪽에 흐르는 물을 놓으면 청룡의 힘을 끌어내 길조가 된다고 한다. 청룡은 고구려 벽화 사신도에 나오는 동방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동쪽을 수호하며 오행 중 나무(木)와 봄을 관장하며 청색을 상징한다. 이러한 용(龍)은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 번개를 비롯한 날씨와 기후, 식물도 다스린다고 한다. 또 물을 다스려 바다를 다스리는 신을 용왕(龍王)이라고 칭하며, 바닷가 어민들은 용왕에 풍어제를 지내곤 한다.

대전 동구에는 용밭(용전, 龍田)마을이 있다. 용전동 전체 지역을 통칭하기도 하며, 용전동의 납작골 남쪽에 있던 마을을 가리키기도 한다. 납작골 남쪽의 용밭은 지금의 복합터미널 부근이다. 이곳에는 백 년에 한 번씩 용이 하늘로 오르며, 그럴 때마다 정승이 이곳에서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전설에 따라 승천을 기다리는 이무기가 땅속에서 노는 땅이라고 하여 용 용(龍)자와 밭 전(田)자를 따서 용전이라 하였다. 한편 이와는 달리 이 용전을 주역에 건(乾)의 두 번째 효(爻)에 해당하는 효사(爻辭)로 그것을 「현룡재전(見龍在田)에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는 귀절에서 용전(龍田)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는 말도 있다. 현룡재전 이견대인은 '현룡이 밭(일터)에 있으니, 대인(大人)을 만남이 이롭다'는 뜻이다. 현룡(見龍)은 잠룡의 시절을 끝내고 물 밖으로 자신을 드러낸 용이다. 현룡재전 즉 '현룡이 밭(일터)에 있다'는 뜻은 뜻을 펼치려는 사람이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때(기회)와 터전(일터)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뜻을 펼칠 수 있는 때(기회)나 일터를 얻었다고 해서 뜻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利見大人(이견대인) 즉 자기를 이끌어 줄 大人(지도자)을 잘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갑진년 새해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총선이 있는 해이다. 청룡은 동쪽과 봄을 상징하며, 힘과 행운, 자유와 창의성, 공동체와 연결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민의가 잘 반영되는 갑진년 새해가 되길 기원하며 용전(現龍在田 利見大人)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