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우 회장 |
용은 동아시아의 설화에서 뱀과 같은 몸에 새의 다리, 사슴의 뿔, 물고기의 비늘로 된 상상의 동물로 순우리말로는 '미르'라고도 한다. 동양에서는 성스러운 존재이지만 서양에서의 드래곤은 파괴의 상징이기도 하다.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가 도를 닦아 여의주를 획득하면 용이 된다고 하고, 중국에서는 잉어가 오래 묵어 용문에 오르면 용이 된다는 등용문 이야기도 있다. 용과 돼지의 코가 같은 모양에서 용은 돼지와 함께 복(福)을 의미하기도 한다. 용은 왕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문무왕은 지의법사에게 "나는 죽은 뒤 동해의 호국 청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를 수호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용의 비늘이 81개로 역린(반대로 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격노한다는 한비자(韓非子)의 〈세난(說難)〉에 나오는 말과 용구자설, 용두사미, 화룡점정, 용호상박 등 용과 관련된 용어 등도 많이 쓰인다.
2014년은 푸른색에 해당하는 갑(甲)과 용을 상징하는 진(辰)인 갑진년 청룡(靑龍)의 해이다. 청룡(靑龍)은 한자 문화권에서는 상상의 동물로, 파란색 또는 초록색을 띤 용을 의미한다. 같은 푸른 창(蒼)자를 써서 '창룡(蒼龍)'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원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의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용이 도를 깨우치면 비늘의 색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해서 청룡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청룡은 사신(四神)들 중에서 가장 존엄하고 고귀한 존재이며 심해 용궁에 살며, 하급 용들의 수장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에서는 동쪽에 흐르는 물을 놓으면 청룡의 힘을 끌어내 길조가 된다고 한다. 청룡은 고구려 벽화 사신도에 나오는 동방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동쪽을 수호하며 오행 중 나무(木)와 봄을 관장하며 청색을 상징한다. 이러한 용(龍)은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 번개를 비롯한 날씨와 기후, 식물도 다스린다고 한다. 또 물을 다스려 바다를 다스리는 신을 용왕(龍王)이라고 칭하며, 바닷가 어민들은 용왕에 풍어제를 지내곤 한다.
대전 동구에는 용밭(용전, 龍田)마을이 있다. 용전동 전체 지역을 통칭하기도 하며, 용전동의 납작골 남쪽에 있던 마을을 가리키기도 한다. 납작골 남쪽의 용밭은 지금의 복합터미널 부근이다. 이곳에는 백 년에 한 번씩 용이 하늘로 오르며, 그럴 때마다 정승이 이곳에서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전설에 따라 승천을 기다리는 이무기가 땅속에서 노는 땅이라고 하여 용 용(龍)자와 밭 전(田)자를 따서 용전이라 하였다. 한편 이와는 달리 이 용전을 주역에 건(乾)의 두 번째 효(爻)에 해당하는 효사(爻辭)로 그것을 「현룡재전(見龍在田)에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는 귀절에서 용전(龍田)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는 말도 있다. 현룡재전 이견대인은 '현룡이 밭(일터)에 있으니, 대인(大人)을 만남이 이롭다'는 뜻이다. 현룡(見龍)은 잠룡의 시절을 끝내고 물 밖으로 자신을 드러낸 용이다. 현룡재전 즉 '현룡이 밭(일터)에 있다'는 뜻은 뜻을 펼치려는 사람이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때(기회)와 터전(일터)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뜻을 펼칠 수 있는 때(기회)나 일터를 얻었다고 해서 뜻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利見大人(이견대인) 즉 자기를 이끌어 줄 大人(지도자)을 잘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갑진년 새해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총선이 있는 해이다. 청룡은 동쪽과 봄을 상징하며, 힘과 행운, 자유와 창의성, 공동체와 연결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민의가 잘 반영되는 갑진년 새해가 되길 기원하며 용전(現龍在田 利見大人)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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