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밝자마자 일자리 잃은 서산 한 아파트 경비원들

서산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인원 감축 "논란"
'관리비 절감' 등 이유로 8명 가운데 3명 해고
서산비정규직센터, '3∼6개월 근로계약 다반사'
'서산 이같은 상황 특히 많아, 문제 심각' 주장

서산 아파트 경비원 줄이기 반대 시위 모습

서산 아파트 경비원 줄이기 반대 시위 모습

서산 아파트 경비원 줄이기 반대 시위 모습

서산 A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를 1월 1일부터 인원을 감축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기존 경비인원 8명을 5명으로 줄이고 1명은 미화로 전환, 2명은 퇴사를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의 이유로 경비용역업체는 최저가입찰로 인한 어려움을,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관리비절감차원이라고 밝혔다.

경비용역업체는 2023년 8월 1일자로 근로계약을 하면서 3개월 수습기간을 갖고, 이후에는 용역만료기간인 2025년 12월 말일까지의 근로를 이야기했으나, 11월말에 갑자기 모든 경비원들에게 12월 31일까지의 근로계약 재작성을 요구하고, 12월 13일 경비원 1명, 12월 20일엔 2명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이에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경비인원줄이기는 어르신 일자리와 아파트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경비인원감축 반대운동'을 입주민들에게 호소하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

입주민들은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정문기둥에 "해고되지 않았으면 한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는 건 아니다","인원이 줄면 업무량이 많아져, 일하는 사람도 힘들고 관리소홀도 생길 수 있다",'이런 일은 동대표 몇 명이 결정할 게 아니라 주민투표해야 한다"라며 반대의견을 쓴 포스트잇 부착과 인원 줄이기 반대서명을 하고 있다.

아울러 갑작스런 2주 전 해고통보와 정당한 해고사유, 공정한 절차없이 인형뽑기처럼 3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의 어려움이 있다면 입주민의견수렴과 일하는 노동자들과의 소통과 준비를 해가는 유예기간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으로 충남경비노동자협의회, 충남노동권익센터,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서산 유관단위들과 서산지역 인사들이 중재에 나서서 유예기간을 갖는 것을 제안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12월 27일 다시 논의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 A 아파트는 올해 1월 1일부터 경비인원이 준 상태에서 운영된다.

물가 인상률 3.6%, 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5%(지난해보다 약 5만원 월 급여 인상)이며, A 아파트에서 경비인원을 전원 고용했다면 한달 관리비인상은 지난해보다 세대 당 1천원꼴이며, 경비인원 3명을 감축했을 때 줄어드는 관리비는 약 1만원대일 것으로 보인다.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의 아파트 실태조사(2021년) 결과, "최저임금에 따라 관리비가 인상되더라도 경비원을 고용유지해야 한다"는 입주민 의견이 61.1%를 차지했으며, 이번 A 아파트에서 1인시위를 하면서 만난 입주민들도 10명 중 8~9명꼴로 경비원인원줄이기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서산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의무관리단지 60여개 아파트 중 인원감축이 있었던 아파트는 30여곳이 넘는다.

반면, 인원감축 의견이나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이 있었음에도 "한달 커피 1번, 피자 1판 덜먹으면 된다. 함께 살자"며 동대표들 혹은 주민들의 반대의견으로 전원 재고용한 아파트들도 있다.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3개월, 6개월짜리 초 단기 근로계약을 반복하는 경비원들이 꽤 있으며, 이는 전국평균보다 서산지역이 2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입주민 다수가 관리비인상에도 경비원 고용유지를 희망한다. 관리비부담과 업체사정을 이유로, 인원감축과 3개월·6개월씩의 초단기근로계약을 반복하는 관행은 노동자의 고용불안, 아파트 내 공동체성과 안전을 훼손한다.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면, 노예나 하인처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서산지역 리더분들, 아파트 동대표들, 입주민들에게 아파트 종사자 고용유지와 3개월, 6개월 초단기근로계약을 1년이상 근로계약서로 바꿀 수 있도록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해고 경비노동자는 초 단기 근로계약 등 경비문제해결을 위해 시장면담까지 했던 당사자"라며 "서산경비대표조차도 단기 근로계약과 이유 없는 해고통보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현실임을 서산시는 인지하고, 이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동주택 공공성 관리와 지원의 책임이 있는 서산시는 어르신일자리와 아파트 안전을 해치는 경비노동자 고용문제에, 고용안정 아파트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고 덧붙였다.
서산=임붕순 기자 ibs9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