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에 2023년 64만명이 다녀가는 등 코로나19 이전 연간 60만명 관람객 시대를 회복했다.부여박물관에 전시 중인 백제금동대향로는 새해를 맞아 특별전시 중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12월 30일 부여박물관 특별전시관에 오후 4시를 넘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 줄을 서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초등학생 아이들을 인솔해 찾은 가족부터 푸릇푸릇한 연인과 중년의 부부까지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어우러진 모습부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여느 박물관에서 들어봤음직 한 "빨리 나가자"가 아니라 "여기 좀 와봐"라는 아이들의 외침이 더 자주 들렸다. 이유는 전시물 중에 스마트폰처럼 조작하거나 낯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들이 호기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백제금동대향로 특별전을 진행 중인 부여박물관 기획전시관에 입장하면 관람객들이 허리를 숙여 전시물에 코를 대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때야 관람객들은 금동대향로 실제 쓰임새가 제사에서 향을 피우듯이 백제시대 왕실에서 사용했을 향로라는 것을 깨닫고 준비된 도구에 코를 가져가는 모습이다. 금동대향로는 향을 피워 나쁜 기운을 막고 해충을 쫓는 향로의 일종이다.
백제금동대향로에 피웠음직한 향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부여박물관 체험시설이 마련되어 관람객이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전시관 서 측에 이르자 시간을 거슬러 1993년 12월 부여 능산리의 한 절터 발굴 현장에 도착한 듯 벽면에 스토리보드가 펼쳐졌다. 백제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부여 능산리 절터 진흙 속에 완전히 잠긴 상태서 발견됐다. 타원형 아궁이 속 나무상자 안에서 뚜껑과 몸체가 분리되 채 출토 되었으며, 향로 위로 기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백제금동대향로를 나무 상자 안에 넣고 기와를 켜켜이 쌓아 숨기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6세기 중반 전쟁의 참패와 백제 성왕의 죽음으로 위태롭던 때 누군가 위급한 상황에 백제금동대향로를 목제 수조 안에 묻어 저장한 뒤 기와를 켜켜이 쌓아 숨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아, 백제여…'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1993년 12월 부여 능산리 고분군의 서쪽 골짜기 절터에서 출토 당시 금동대향로 모습. (사진=부여박물관 제공) |
전시관을 나서기 전 마지막까지 호기심 있게 바라본 것은 12개의 연기구멍 중에 오악사 앞줄의 연기구멍 5개와 뒷줄의 연기구멍 3개가 표면을 거칠게 파고들어 확장하는 과정에서 남긴 흠집이었다. 구멍에 날카로운 도구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는데 향로 내부의 불이 꺼지지 않고 향로의 공기가 원활하게 흡입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향을 피워보고 고민하는 백제 장인의 모습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용 뿔에 남은 절단 흔적과 승천하는 용을 떠받치듯 표현된 물결 사이에 달린 덩어리 등 백제 장인의 손자국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에 있다.
은화수 부여박물관장은 "박물관 전시문화가 많이 바뀌어 체험하고 어린이를 위한 전시부터 공연을 위한 무대도 마련해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라며 "화려하고 영상물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이 오히려 박물관에서 차분히 예술품을 바라보며 사유하고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부여박물관 연도별 관람객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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