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허술한 경호의 실태와 지지자나 청중으로 위장한 테러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 선생 등에 대한 테러로 얼룩진 해방 정국과 굳이 비교할 건 없다. 다만 좌파 정치인을 향한 백색 테러이든 우파 정치인 대상의 적색 테러이든 폭력 행위에는 관용은 없다는 것이다. 특정 목적 달성을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인륜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위협이다. 근거 없는 억측과 음모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특별수사팀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제22대 총선도 석 달 남짓 남았다. 시민 접촉빈도가 높은 선거기간에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피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례를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제2, 제3의 정치인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특히 2006년 서울 신촌 유세장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과도 겹쳐진다. 정당성을 갖는 폭력이란 없다. 반사회·반문명의 야만행위일 뿐이다.
불만이 있거나 신조가 다르다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 우발적 사태로 보아 넘긴다면 사고의 종류나 이유를 불문하고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조직적 배후가 있거나 이른바 '외로운 늑대형' 테러이거나 사회적 위협 요소인 점은 같다. 네 편 아니면 내 편의 분열상을 극복하고 통합의 정치를 복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절감하게 된다. 공공연한 폭력을 가능하게 한 유력 정치인에 대한 허술한 경호도 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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