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 배재대 총장 |
그런데 연말연시를 마냥 기쁘게만 보낼 수 없게 만든 사건이 바로 유명배우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를 좋아했던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선균의 죽음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개인적 차원에서 그의 비도덕성을 탓하는 사람도 있고,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선균 개인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 차원에서의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가장 먼저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은 경찰과 언론의 과도한 수사와 선정적인 보도 관행이다. 소위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한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가 무시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선균의 죽음은 경찰과 언론만의 탓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보수적인 도덕주의 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선균의 죽음을 전한 대부분의 외신에서는 바로 이러한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의 도덕주의적 성향은 일견 전통적인 유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도덕주의는 자신의 행위에는 매우 관대하면서, 다른 사람들 특히 공인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비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교 사상에서는 다른 사람의 도덕성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의 도덕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도덕주의 문화는 유교 사상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저속한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저속한 이기주의란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고, 오직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남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만이 팽배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이러한 저속한 문화를 가지게 된 것이 오직 경쟁만을 강조하는 한국 교육의 아픈 현실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의 이기심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관용하고 배려함으로써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남보다 높은 점수, 남보다 좋은 학교, 그리고 남보다 많은 월급이라는 목표에 사로잡혀 경쟁만이 전부인 생활을 매일 보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기심과 경쟁은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직 이기심과 경쟁만이 전부라면, 이는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와 다를 바 없으며,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말한 '천민자본주의(Pariakapitalismus)'에 해당할 것이다.
자본주의와 경쟁사회가 인간의 행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기심과 경쟁심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관용이 반드시 더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존중, 배려, 관용의 정신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배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한국의 교육이 조금 더 인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욱 배재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