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남 지역민들은 동물에게도 기본권리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의 동물실험이나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 형태가 인류의 미래 과학발전이나 먹거리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충남대 교육학과 BK21 세계시민교육 미래인재양성사업단(단장 김정겸)이 대전·세종·충남에 거주하고 있는 20세 이상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세계시민의식에 관한 설문조사' 중 동물권에 대한에 응답 결과다. 동물권이란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권을 지니며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고 학대나 착취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개념이다.
대전·세종·충남민들은 '동물권'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27.8%, '들어본 적은 있으나 의미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32.4%로 응답하며, 전체의 60.2%가 동물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답하며, 지난해(57.4%)보다 2.8%p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또 동물에게도 생명권 등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한다' 22%, '동의한다' 68.8%로 총 90.8%가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93.4%)보다는 2.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민법에서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이 물건으로서의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의 2021년 9월 민법 개정안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역민들은 '매우 동의한다' 22%, '동의한다' 68%로 전체의 90%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지난해(92.4%)보다 2.4%p 감소하며, 지역민들의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권으로 보호돼야 하는 동물의 범위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반려동물' 31%, '동물원에 있는 동물' 24%, '연구 및 실험을 목적으로 키우는 동물' 12.6%, '도심에 서식하는 야생동물(길고양이, 비둘기, 들개 등)' 12.3% 순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또한 과학계의 동물실험 허용 정도에 대해선 '전면 허용해야 한다' 5%,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 76%로 전체의 81%가 동물실험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며, 지난해(76.7%)보다 4.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의 동물실험이 윤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는 '매우 정당하다' 4%, '대체로 정당하다' 43.2%, '별로 정당하지 않다' 48.6%, '전혀 정당하지 않다' 4.2%로 응답했다. 이는 전체의 47.2%는 정당하다고 생각한 반면, 52.8%는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뜻한다.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서 대규모로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 형태에 대해서는 '적은 비용으로 육류를 먹을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10.2%, '비용 절감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46.6%로 전체의 56.8%가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 불가피하다고 답하며, 지난해(54.5%)보다 2.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설에서 사육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57.8%로, '들어본 적 없다' 42.2%보다 더 많았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가격이 훨씬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 6.2%, '가격이 약간 비싸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 30.2%, '가격이 비슷하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 50.8%로, 전체의 87.2%가 가격이 비슷하거나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굳이 구매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지난해(10%)보다 2.8%p 오른 12.8%에 달했다.
채식주의(비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3.6%,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58.2%로 총 61.8%가 채식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지난해(70.2%)보다는 8.4%p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채식주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답한 이유로 '채식 위주 식단이 육식 위주 식단보다 더 건강하기 때문에' 43.9%, '기후위기나 환경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30.8%, '동물복지,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17.7% 등의 순으로 응답했으며, 부정적으로 답한 이유로는 '채식만으로는 건강한 식단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45.8%, '채식주의자들의 교조주의나 유난이 싫어서' 28.7%, '인류는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16.1% 등의 순이었다.
동물 중 개를 식용하는 것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30%,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41.8%로 전체의 71.8%가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우리 주변 길고양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성화 수술 등을 통해 인간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53.8%,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 25.8%, '생활환경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 16.6% 순으로 답했다.
또한 동물권 교육을 위해 어느 집단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정부 등 공공기관'(47.2%), '교육기관'(19.8%), '시민사회단체'(13.4%) 등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보였고, 동물권 교육 참여 의향에 대해서는 '매우 참여하고 싶다' 5.6%, '참여 의향이 있는 편이다' 57%로 응답자 전체의 62.6%가 교육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해(70.9%)보다는 8.3%p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충남대 관계자는 "지역민들은 동물 학대나 실험 문제 등에 대한 동물권 교육의 필요성과 참여 의지가 높았고, 동물실험의 대안이 되는 기술 개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품의 구매 의향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인식에도 동물실험이나 공장식 축산도 미래 과학발전이나 먹거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자료 제공: 충남대학교 BK21 세계시민교육 미래인재양성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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