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화복무문 드나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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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화복무문 드나들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12-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필자 같은 보통사람의 사는 이유 중 하나는 행복이리라. 행복은 사전적으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이다. 개념이 그렇게 간단하랴, 저마다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인간이 사는 목표로 행복을 꼽았다. 부나 명예 등은 타율성에 따른다 하여 진정한 행복으로 보지 않았고, 관조와 중용 같이 정신적인 것을 진정한 행복이라 여겼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니체는 행복이 고통과 어려움의 극복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 하였다. 고난이 클수록 행복도 큰 것이다. 동양 고대에는 오복이라 해서 오래살고(壽) 부유하며(富) 건강과 평안(康寧)이 있는 것, 덕을 좋아하고 즐겨 행하는 것(攸好德), 명대로 살다 편안히 죽는 것(考終命)을 들기도 하였다. 한편, 행불행은 번갈아 가며 온다고 생각하였다. 경우에 따라 행복이 불행으로 불행이 행복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목표로 삼지도 않았다. 불행에 영향 받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에 관심을 두었다. 불교에서는 지나친 행복 추구가 욕망이라 여겨,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따르자면 욕심 버리는 것이 행복이기도 하다.

행복이란 그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것이다. 남이 평가해주는 것도 아니다. 불행, 재앙, 화가 아닌 것으로 보면 더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행복도, 행복이 아닌 것도 모두 나열하기는 어렵다.

사자소학 수신편에 나오는 말이다. "남을 손해 보게 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마침내 자신을 해친다. 재앙과 복은 특정한 문이 없고 꾀한 사람이 불러들인 것이다." 화복에는 문이 없다(禍福無門). 문으로 드나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다는 말이다.



천자문에도 일렀다. 재앙은 누적된 악이 원인이고 복은 경사스런 선에서 비롯된다. (禍因惡積 福緣善慶) 악이 쌓이면 재앙이 되고, 선이 쌓이면 복이 된다는 말일 게다.

사람의 행불행에 관한 이야기로 소년등고과(少年登高科)가 많이 회자된다. 소학에 나오는 말로 세 가지 불행 중에 첫 번째로 꼽은 것이다. 어려서 높이 오르면 큰 일 도모가 어려워, 오히려 불행하다는 것이다. 너무 일찍 과거에 급제하면 그에 머물러, 학문이 넉넉하지 못할까 경계한 말이다. 출세도 마찬가지다. 개인과 가문의 영광이지만, 실력 연마에 게을러지고 오만과 편견에 빠지기 쉽다. 저마다 경륜과 지혜가 있음에도 존중해 주지 않는다. 배려하지 못하고 우습게 여겨 적만 많아진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도하다. 세밑에 화려하게 등장하고 쓸쓸하게 퇴장하는 두 사람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둘 다 소년등과 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은 경륜이 있고, 작으나마 고난을 겪은 탓인지, 시작부터 성찰의 흔적이 드러난다.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솔한 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자리가 일하기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역사인식과 정세판단, 안목과 정책도 훌륭하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 선민후사의 자세와 결단이 돋보인다.

한 사람은 어느 날 높이 앉았다고 세상 모든 것을 우습게 여겼다. 실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과 비전도 없고, 조직을 이끌어갈 지도력과 지혜도 없었다. 게다가 성찰도 부족했다. 귀한 자리에 앉아 연일 자신을 해하는 짓만 일삼았다. 의롭지 않은 권력, 부, 명예는 물에 뿌려지는 물처럼 사라진다. 부질없는 일이요, 아니함만 못하다. 어진 사람일지라도 그러한 것이 많으면 눈이 어두워지는데, 어리석으니 허물만 더하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아닌가? 지금이라도 깊이 자신을 성찰해 보자. 아니면, 맹자 고자장에 나오는 말로 위안이라도 삼아보자.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하면,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게 하고, 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고, 그 몸과 피부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궁핍하게 하고, 그 하는 바를 뒤틀려서 안 되게 한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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