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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대원들이 대전시립예술단의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대전시) |
올해 대전 문화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자치단체장과 문화기관장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문화 정책과 사업이 시작되는 해였다. 원도심을 포함한 지역 곳곳이 축제로 들썩였고, 수년간 철거 위기에 놓였던 근대문화유산이 보존되고, 청년 음악인들의 꿈을 지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도 했다. 반면, 지역 대표 공공 공연장의 연이은 공연 무산 논란, 미술대전 대작 의혹 등 문제로 떠들썩했던 한해이기도 하다. 올해 이슈 중 몇 가지를 꼽아 소개해본다. <편집자 주>
◆문화시설 건립 대거 공약=민선 8기 대전시는 올해 5월 중구 중촌시민공원 일대에 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홀, 소규모 미술관 등을 포함한 제2문화예술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문화시설 부족과 신-구도심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제2시립미술관의 경우 스페인 빌바오의 구겜하임 미술관을 모델로 하는 등 도시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이밖에 이종수 미술관 등 대전 원로예술인을 알리기 위한 특화전시관, 제2대전문학관, 서예진흥원, 제3시립도서관 등 음악, 미술, 문학 등 장르별로 문화시설을 늘릴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제2대전문학관 조성이 시각예술작가 레지던시 '테미예술창작센터'가 있는 옛 테미도서관 건물로 결정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전시민교향악단 창단=올해 6월에는 만 39세 이하의 청년 음악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 오케스트라가 창단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선 8기 대전시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오디션을 통해 50명의 청년 단원으로 꾸려졌다. 박대진 예술 감독을 필두로 단원들은 기획공연과 찾아가는 음악회, 하우스콘서트를 선보였다. 9월에는 대전시민교향악단 후원회가 발족했다. 높은 관심에 10월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개최된 창단연주회는 전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대전시는 내년에 오케스트라 단원을 8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대전문화재단 위상과 역할 강화=새 대표이사를 맞이한 대전문화재단은 6월 이사장직이 부시장에서 대전시장으로 격상됐다. 수년간 내부갈등으로 조직 축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대전시가 조직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다. 백춘희 신임 대표는 올해 4월 취임 후 재단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밝혔다. 노사화합 사회공헌 활동에 이어 지역 경제단체협의회와의 업무협약, 자문위원회·이사회에 경제, 과학 인사들을 다수 구성하는 등 외연 확장과 재원마련에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1년 8개월 만에 재단 소속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노사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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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 축제 개최 모습 |
◆대전 곳곳에서 축제 팡파르=자치단체장 변화로 올해는 신규 축제가 많이 열렸다. 대전시는 올해 8월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사 일대에서 대전의 대표 축제로 내세운 '대전 0시 축제'를 처음 개최했다. 연초 대전시가 각 5개 자치구에 3억 원씩 축제 예산을 지원하면서 자치구에서도 축제가 대거 열린 한 해였다. 특히 동구는 올해 10월 소제동 일원에서 신규 축제인 대전 '동구동락(樂)' 축제를 열었고, 대덕구는 4월 고래를 주제로 한 대덕물빛축제를 개최해 흥행에 성공했다.
반대로 폐지 위기를 맞은 축제도 있었다. 존폐기로에 놓였던 대전 와인페스티벌은 대전관광공사에서 올해 9월 '대전 국제와인엑스포'에 명칭을 바꿔 개최했다. 올해는 대전 컨벤션센터 등 실내 외에 한빛탑 광장, 엑스포시민광장 등 야외로도 축제 영역을 넓혔고 집객에 성공해 내년에도 축제를 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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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전 부청사 |
◆근대 문화유산이 복합예술공간으로=대전의 대표 근대문화유산인 은행동 '옛 대전부청사' 건물이 복합예술공간으로 탈바꿈된다. 대전의 옛 행정 기관 건물로 보존가치가 높지만, 그동안 민간에 넘어가 철거위기에 놓였었다. 대전시는 민간소유주와 3년간의 씨름 끝에 옛 대전부청사의 매입과 등록문화재 지정, 문화시설로 활용을 결정했다. 민간에서는 CNCITY 에너지가 등록문화재인 인동의 옛 동양척식(주) 대전지점 건물을 매입해 올해 3월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의 문을 열였다. 이는 대전의 근대문화유산 활용 첫 사례다. 지난 9월에는 독일 출신의 현대미술 거장 '안젤름 키퍼'의 국내 첫 전시가 헤레디움에서 열려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면 무관심에 없어진 근대문화유산도 있다. 한국전쟁 직후 지역의 근현대 건축상을 알 수 있던 비 등록문화재인 대흥동 '좋은 부동산 건물'을 민간에서 철거하면서 지역의 몇 안 되는 근대문화유산이 또 하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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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남도청사 |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 개관 지연=2026년 개관 예정이던 대전 선화동 소재 옛 충남도청사에 들어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 조성이 지연된다. 대전관은 서울과 과천, 덕수궁, 청주에 이어 다섯 번째로 건립되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대전의 첫 국립문화시설이 될 예정이다. 2024년 착공해 2026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늦어지게 됐다. 사업비 증액과 문화재청 심의에서 제동이 걸리며, 내년 예정이던 착공도 미뤄진 상태다.
◆이종수 미술관 문체부 심의 탈락=민선 8기 대전시 공약인 원로예술인특화전시관 일환 중 하나인 이종수 미술관 건립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미술관 사전평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전시는 올해 초 도예가 이종수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전 작품을 기증받았다. 이에 동구 소제중앙문화공원 일대에 2026년까지 이종수 미술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응노미술관 이은 두 번째 개인 작가 미술관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탈락한 배경에 심사를 맡은 평가위원들이 이종수 도예가의 인지도를 이유로 든 것이 알려지며, "정부가 지역의 문화 육성과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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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가 공연 모습 |
◆코로나19 이후 다시 열린 해외 무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예술단체들의 해외공연도 활발해졌다. 대전시립예술단에서는 대전시립무용단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2023 외교부 해외 파견 문화예술공연단으로 선정되면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초청공연을 위해 지난 9월 미국 투어를 진행했다. 시애틀 메카우홀, 우먼스 유니버시티 클럽, 포틀랜드 주립대학 링컨홀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과 지역 극단 아신아트컴퍼니가 공동 기획한 창작 뮤지컬 '신비한 가(家)'가 일본 무대에 진출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13~15일 'K-뮤지컬 로드쇼 in 아시아(도쿄)' 공모사업에 선정돼 일본 '아임어쇼(IM A SHOW)' 극장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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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술의전당 |
◆개관 20주년 맞은 대전예술의전당 '희비'=대전예술의전당은 2025 AAPPAC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9월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공연예술센터에서 개최된 AAPPAC 정기총회에 참석해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을 활용한 공연예술', '문화와 과학 도시 대전' 홍보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며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에 아시아·태평양 20여 개국 공연예술 관계자 등 80여 개의 단체가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11월 제작오페라 '운명의 힘'이 하루 전 돌연 취소되면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외주업체에서 공연 전날까지 무대 세트를 납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당의 계약 의뢰 지체와 부실 업체를 걸러내지 못한 대전시 회계과의 계약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대전시 감사위원회에서 감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예당의 창작 오페라 공모 사업마저 두 단체 중 한 단체의 공연이 무산되면서 예당은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예당은 신뢰 회복을 위해 내년 공연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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