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The Show Must Go On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The Show Must Go On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 승인 2023-12-27 08:55
  • 수정 2024-02-06 10:44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1227084710
최대원 본부장
공연관계자들 사이에는 당연시하는 영어표현이 있다. "The Show Must Go On"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말 그대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라는 뜻이다. 또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표현은 시카고의 광대 "Bobo"가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중단할 수 없어서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하면서 광대분장에 눈물을 그려 넣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광대분장에 눈물 한 방울을 그려 넣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어쨌든 공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공연이 멈추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 필자가 과거에 근무했던 공연장의 제작 오페라가 공연을 하루 앞두고 무산된 사건이 생겼다. 이로 인해 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사전에 예매한 관객뿐 아니라 공연을 2달 넘게 준비해온 관련 예술가들과 제작 스텝 등 모두가 황당하고 망연자실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연을 전격적으로 취소하게 된 이유는 입찰로 선정된 무대 제작업체가 납품해야 하는 무대 세트가 공연 전날까지 납품이 되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이를 두고 관련자들이 뭇매를 맞는 형국이다. 시민사회와 지역예술인뿐 아니라 언론과 시의회, 다른 지역의 공연관계자까지 한입으로 해당 공연장을 질타하고 있고 심지어 시에서는 직권으로 하는 감사를 진행하고 연장 감사까지 진행하였다.

필자는 그 공연장의 개관 때 기획담당자로 참여해서 10여 년을 근무하며 공연기획팀장을 끝으로 이직을 했다. 그 기간 동안 자체오페라 제작을 담당자 또는 팀장으로서 9번 정도 한 것 같다.

개관 다음 해에 오페라 자체제작을 한다고 하여 여러 사람으로부터 걱정스러운 시선도 많이 받았지만, 당시 기획자 혼자서 오페라단이 하는 제작 역할을 다 했었다. 벌써 20년이 되었고 최근에 제작된 작품을 보면 정말 수준이 높아서 처음 시작한 사람으로서 나름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최근에 공연관계자와 위 공연 취소사태 이유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오페라 제작시스템을 한 명의 담당자가 운영하게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무대 파트의 담당자들이 무대 관련하여 직접 참여나 디자인을 해주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섭외부터 진행, 행정적인 일까지 담당 프로듀서 1명이 진행을 하고 있다. 이렇게 20년 운영을 해온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계속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비교할 수 없지만, 국립오페라단의 경우는 직원이 50여 명 되는데, 홍보 마케팅 등 다 제하고도 오페라 제작 기획팀만 10여 명이다.

지금은 어느 누구에게 화살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을 확인해서 해결해야 한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오페라 제작에는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해 줘야 할 것이다. 한 명의 담당자가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시스템에서 각자 분야를 나눠서 추진해야 한다.

또 그 작품을 책임지는 사람이 적극 참여해 방향성을 정해줘야 하고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여 제거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하여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안다. 아무리 입찰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무대 분야 비전문 업체가 선정되고 그 하청 업체의 불성실의 결과가 이번 사태의 이유라고 하더라도, "Show must go on" 무슨 일이 있어도 공연은 진행이 됐어야 한다는 것을.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