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送(보낼 송) 舊(옛 구/ 오랠 구) 迎(맞이할 영) 新(새로울 신)
출 처 :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세가(世家)편
비 유 :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에 비유
계묘(癸卯)년이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는 매해 연말(年末)이 되면 어김없이 한해를 돌아보고, 또 다가올 한해를 맞이하고자 하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곤 한다.
그러한 마음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곧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는다'는 뜻이다. 이는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문장으로 사용하며 흔히들 희망과 기대감에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새로움을 바라는 메시지로 널리 애용하고 있다.
본 성어(成語)는 기원전 655년 주(周)나라 정왕(定王)시대에 예악(禮樂)을 담당하는 양호자(陽虎子)가 대부들에게 말하기를 "해마다 저물고 다시 떠오르니 이는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묵은 해를 버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의 의미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려사(高麗史)에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곧 '공양왕(恭讓王) 2년에 수령(守令)들의 교체가 너무 빈번하다며 임기 3년을 채우면 조정에서는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하는데 있어서 그 폐해가 적지 않다.' 는 다소 부정적인 대목이 보인다.(且送舊迎新其弊不?/ 고려사 권75)'
조선왕조실록에도 송구영신(送舊迎新)이 고려와 같은 의미로 여러 차례 등장한다.
세종실록에 '세종26년(1444년)수령들을 대량으로 파면(罷免)한다면 옛 수령을 보내고 새 수령을 맞이하는 폐해(弊害)가 있다.'는 내용이 보인다.(非特有送舊迎新之弊)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우리와 중국의 용어에 대한 쓰임새가 달랐고, 지금은 그 용어의 쓰임이 중국의 희망과 기대에 부응하는 의미로 함께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새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는가? 그런데 고전인 '서경(書經) 상서 반경 상(商書 盤庚 上)편'에는 이러한 구절이 보인다.
"人惟求舊 器非求舊 惟新(인유구구 기비구구 유신/ 사람은 옛사람을 구하고, 그릇은 옛것을 구할 것이 아니라 새 그릇을 쓰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사람은 오래되면 직무에 익숙하면서, 그 진실 된 마음을 알 수 있으나, 그릇은 오래되면 망가지니 이는 사람을 접함에는 옛사람을 부리거나 사귀고, 그릇은 마땅히 새것을 사용하여야 한다."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이 새것만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언제부터인지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을 한해 가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는 말로 대신하게 되었는데, 이는 자연의 이치 가운데 매번 같은 주기로 어김없이 바뀌는 1년의 현상이 처음과 끝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점을 관찰하여 보냄(送舊)과 기다림(迎新)의 표현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순자(荀子) 법행편(法行篇)편)에도 "군자는 몸을 바르게 하여 기다릴 뿐이다.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절하지 아니하고,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붙들지 않는다(君子 正身以俟 欲來者不拒 欲去者不止/ 군자 정신이사 욕래자불거 욕거자부지)"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가고 오는 자연현상에 사욕(私慾)을 초월(超越)한 처세술(處世術)의 좋은 교훈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보내는 것은 서운해하며, 오는 것은 기대가 되고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1년 365일을 함께 생활한 긴 시간이 가는데 서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추억보다는 희망이 훨씬 사람마음을 설레고 기다리게 하지만, 한편 깊이 생각해보면 오는 것에 대한 기대보다 가는 것에 대한 돌아봄이 더 중요하다. 그 이유는 1년의 세월을 잘 돌아보고 분석해보아야 그 내용을 기초로 다가오는 새로운 1년을 유익하고 성취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치솟는 새로운 기운의 청룡(靑龍)인 갑진(甲辰)년을 맞게 된다.
막연히 새로운 시간이라는 희망에만 도취되지 말고 가는 계묘(癸卯)년을 잘 돌아보고 분석하여 새로이 맞는 1년을 알차고 유익하며 즐거움과 행복으로 보내는 준비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의 빛나는 축복을 기대해본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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