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건양대 총장 |
2023년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를 들자면 평균의 실종 (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일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양극화는 평균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평균은 집단의 성향을 대표하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양극화는 평균 혹은 중앙값으로 대표되는 통계적 대표성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자본주의 경쟁체계는 기본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핵심 방향을 삼는다. 경쟁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고 시장을 독과점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기심의 긍정'에 기반한 자본주의 철학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별성은 경제적 동기부여와 동시에 경제체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경제체계의 불안정 요소이다. 평균의 실종은 이러한 양극화의 심화를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결핍을 초래해 성장을 방해하고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
우리는 분명 평균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광범위한 평균은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개인의 특기와 장점을 살리고 각자가 가지는 차별화된 잠재력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집단의 대표성을 상징하는 평균의 의미는 탈색될 필요가 있다. 탈중앙화, 개인화 등의 의미는 평균의 종말을 의미한다. 개인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양극화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의 특성을 살림과 동시에 각자의 역량이 개별적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됨과 동시에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최소화될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견리사의(見利思義) 즉, 이러한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단지 눈 앞의 이익에서 벗어나 공동체가 먼 미래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올바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각자의 개성이 조화롭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모습이나 이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의로워야 한다는 것은 언뜻 반의적(反意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의 실현은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다. 함께 이 난제를 풀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성장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갑진년 청룡의 해가 도래하고 있다. 사신(四神)들 중에서 가장 존엄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용들 중에서 깨우침을 얻은 용이 청룡이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게 나아가 바를 깨달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서로의 타고난 개성과 특기를 인정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올바른 가치를 신봉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년은 어려운 난제에 빠진 우리나라가 이를 해결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용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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