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
지방대학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이다. 그동안 지방대학들은 정부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획득하기 위해 교육부 등 중앙정부만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지자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지자체는 이제 예산으로 대학의 운영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부담스런 관계에 있게 되었다. 사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은 일찍부터 광역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주립) 대학을 설립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정책적으로 대학의 운영방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나라들은 지자체들이 대학정책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지자체가 대학을 설립하는 예가 드물었고, 오직 국가가 아니면 민간이 대학 설립을 주도해 왔기 때문에 지자체는 대학정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그러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
사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할 정도로 숙고한 끝에 정책을 결정하고,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두고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라이즈사업의 경우 사업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2월 사업계획을 발표한 이후, 그 계획에 따라 실시되는 첫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글로컬 대학 30'이란 사업을 공모해 최종적으로 10개 사업팀을 선정했다. 지방대학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대학 간 경쟁에서 우위 서게 되었다. 앞으로 5년 간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10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한편, 그러한 대학들은 앞으로 사업계획서를 통해 약속한 사업들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과정 상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러한 경쟁에서 탈락한 지역과 대학들이다. 아쉽게도 우리 대전·충정권에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선정된 대학이 없다. 많은 관계자들이 최소한 예비선정에서라도 한 두 대학이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전은 한 대학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글로컬 대학 30, 1차 연도 사업은 끝났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RISE사업 관련 다른 사업들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준비가 중요하다. 각 대학이 잘 준비해야 하지만 특히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라이즈 사업은 '지역혁신 중심의 대학지원체계'라고 하는 만큼, 지자체가 지역혁신의 방향을 확실히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혁신주체의 역할, 특히 대학의 역할을 적절히 부여해야 한다. 지자체가 종전에 해 오던 일이 아닌 만큼 새로운 전담조직,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다행히 지자체 내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그리고 관할 구역 내 대학 등 다른 혁신주체들과 함께 라이즈 사업을 이끌고 갈 추진주체들과 실질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해 나아갈 라이즈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의 추진 속도가 원하는 만큼 신속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발 빠른 다른 지자체 중에는 지난 9월에 이미 라이즈 센터를 공식 출범시켰고, 센터장 선임을 완료한 예도 있다. 또 일부 지자체는 라이즈 사업의 방향과 정책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대학 등 각종 혁신주체의 위상과 역할을 명시하였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서는 그러한 활동의 결과가 명확하지 못하고, 센터의 설립 등 추진조직도 확고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차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지역 대학들은 난망한 처지에 있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
/신동호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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