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먹어오던 것 위주로 먹는 소박한 사람에겐 모르는 음식이 너무 많다.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지경이다. 외래음식이 너무 많고, 한식이라 하더라도 모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먹긴 했지만, 빵 역시 모르는 게 많다. 아는 것이라곤 고작, 단팥, 슈크림 등과 같이 소가 들어있는 것, 소보루, 샌드위치 정도이다. 한 바퀴 돌아보긴 하지만 달리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팥빵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에서 식사용으로 먹는 빵은 밀가루에 효모와 소금만 첨가한 것이다. 쌀이 주식인 동양인 입맛에 잘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탄생되었다. 알다시피 밀가루 반죽에 달콤한 팥앙금을 넣어 만든 것이다.
하교 다닐 때 빵집에 가면 주로 만나는 빵이었다. 당분 때문에 피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이 좋아하는 것은 아닐는지.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간간히 먹게 된다.
팥에 좋은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다. 권혁세 저 <익생양술대전>에 의하면, 팥에는 녹말 등 탄수화물이 55%, 단백질 21%가 들어 있고 지질과 비타민도 들어 있어 영양 면에서 매우 유용한 잡곡이다. 때문에 팥밥, 팥죽 등과 떡의 고물이나 소, 빵이나 과자, 빙과의 재료로 쓰인다.
22일이 동지이다. 24절기 중 22번째로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이날부터 낮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였다. 태양의 부활, 일 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여, 설에 버금가는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고도 불렀다.
동짓날 세시풍속엔 달력 돌리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 시기가 동지이전으로 당겨졌으나, 농사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오에 부채 돌리는 것과 아울러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한다. 동지하례(冬至賀禮)로 동지헌말(冬至獻襪)이라는 것도 있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것이다.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밟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믿었다 한다. 어른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는 사랑이리라. 이웃과 물심양면의 갈등해소, 정산 및 청산도 하여 밝은 새해 앞길을 희망차게 열었다. 팥죽을 쑤어 먹었으며, 먹기 전에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려 액과 악귀를 쫓았다. 재앙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엄동설한에 먹을 것이 부족한 짐승들에 대한 배려였다.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를 지내거나 방과 장독대 여기저기에 놓아두기도 하였다. 식혀먹기 위한 지혜였다.
팥죽은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이는데,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만들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르기도 한다.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팥죽 먹어야 나이 먹는다하기도 하였으며, 팥죽을 먹지 않으면 쉽게 늙고 잔병과 잡귀에 시달린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붉은 색을 태양, 불, 피 같은 생명의 상징으로 여겨, 음의 기운을 물리치고 에너지를 얻는다 생각하여, 동지가 아니어도 팥죽이 활용되었다. 이사하거나 새집을 지을 때도 쑤어 먹었다. 상을 당하면 팥죽으로 부조하기도 하였다. 피로회복이나 기력증진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풍속 하나에도, 새해 준비를 위한 물심의 청산, 약자에 대한 배려, 생활 안배와 사랑의 지혜가 담겨있다.
양동길/시인,수필가
양동길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