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한국기계연구원 기계기술정책센터장 |
인류는 1800년대 내연기관의 발명을 시작으로 땅속에 매장된 석탄과 석유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용 과정에서 수소와 탄소의 결합이 분리되면서 배출되는 유해 화합물들은 대기 및 환경 오염, 지구 온난화 등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최근에 수소연료전지, 수소 발전 등과 같이 수소 자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자동차도 이러한 에너지 관점의 흐름 속에서 가솔린, 디젤 같은 연료 대신 수소연료전지나 수소엔진 등과 같이 수소 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형태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전기차의 경우, 그 전기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지를 생각하면 결국은 수소 에너지원 기술로 귀결된다.
수소를 직접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청정 수소 에너지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기술적인 장벽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소가 우주의 75%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화제가 되는 백색 수소(White Hydrogen) 이슈를 제외하면 지구상에 수소는 앞서 언급한 탄화수소의 형태로 존재한다.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이 지속해서 연구 개발되고 놀라운 기술전 진보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경제성 측면에서 탄화수소 화합물을 통해 수소를 얻는 방법보다 열위에 있다. 물론, 탄화수소를 통해 수소를 얻는 방법 역시 궁극적으로 배출 탄소의 친환경적 처리 방법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는, 동일 질량을 기준으로 목재보다는 석탄이, 그보다는 석유가 높다. 물론 수소가 가장 높다. 하지만 수소는 대기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분자량이 2로 밀도가 매우 낮은 물질이기 때문에 동일 질량당 차지하는 부피가 매우 크다. 자동차 주행 거리를 예로 들면 동일 거리를 주행하기 위해서 수백 기압의 고압으로 저장된 수소 용기의 크기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2배 이상 커져야 한다. 수소 자체로 저장과 보관을 위한 방법도 기술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최근에 이러한 수소의 부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소를 액체 상태로 저장하는 액화 수소 기술, 암모니아나 유기화합물 등 매개 물질을 이용하여 수소를 저장하는 액상 유기 수소 운반체(LOHC) 기술 등이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소의 활용 측면에서도 동력 발생 장치로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경제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고, 수소를 직접 태우는 연소 기술은 기존 화석연료 대비 수소의 빠른 연소 속도와 높은 가연성으로 인해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수소는 화학적으로 탄소와 결합해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이며, 전통적으로 고온 고압 조건에서 탄소와 수소를 분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적인 측면을 배제한다면 저장과 보관 측면에서도 수소 자체보다는 탄화수소의 형태로 다루는 것이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에너지원으로 석탄과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잘 극복해 왔고, 그 해결 방안의 하나로서 수소 자체를 이용하는 시대를 제시하고, 향해가고 있다.
인류에게 에너지가 넘치는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자원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수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수소 시대를 향한 기술적 걸림돌들이 많이 놓여 있지만, 지금까지 에너지 역사에서 극복해 왔듯이, 수소 에너지원의 많은 걸림돌도 기술적으로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용규 한국기계연구원 기계기술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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