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대립 양상은 예견된 일이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한 뒤 진영 갈등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등 수난을 겪었다. 충남학생인권조례의 원류 격인 '충남인권증진조례'는 보수 성향의 도의원이 다수였던 2018년 폐지됐다가 그해 10월 진보성향 도의원들이 도의회 다수를 점하면서 '충남인권기본조례'로 제정됐다.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것은 2020년 7월의 일이다.
조례 폐지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충남도교육청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보성향의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도의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으나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폐지된 조례안이 살아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심의에서 조례안 폐지가 결정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올해 7월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참담한 교권 실태가 알려진 후 본격적으로 일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모든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제가 되는 조례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조례를 둘러싼 정치 진영 다툼이 일선 교육현장으로 번지는 것이다. 학생의 권리와 동시에 책임을 적시한 균형 잡힌 인권조례 개정 등 후속 대책을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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