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교수 |
무엇보다도 불출마 입장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제외한다면, 충청 지역 최다선이자 TV 등 여러 언론매체에의 노출도가 높아 지역민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5선의 이상민 의원이 그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전격적으로 떠나 새로운 정치 지향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계 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지역과 중앙정가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조용한 탈당이 아니라 국회의장 도전이라는 나름 큰 포부를 밝히면서 이루어진 탈당이기에 호사가들의 입방정을 뛰어넘어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에게 회자되며 격렬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그렇기에 흔히 '뜨뜻미지근'으로 비유되는 우리 지역에서의 총선 분위기는 종전과는 달리 타 지역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대통령실과 내각에서 국정 운영에 참여해온 다수의 여권 인사들도 이를 훈장 삼아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속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야권에서도 당 대표의 무슨 무슨 특보라는 종류도 다양한 타이틀을 각기 둘러매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제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의 중요성이야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그렇기에 이들의 움직임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왠지 편하지만은 않은, 아니 많이 거북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여 이 불편함이 세상 보는 눈 작은 필자만의 속 좁은 감정에 불과한 것이라면, 또 그냥 지나갈 수도 있으련만 주변에서 장삼이사들의 짧은, 그러나 뼈있는 대화를 들을라치면 비단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에 마음이 더욱 무겁다.
왜냐고? 이들이 본질을 버리고 타이틀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 한 번 예를 들어보자. 정부와 대통령실 요직에서 일한 경력? 물론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스펙임에 틀림없다. 국정 최고 컨트롤 타워에서의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거기에서 그친다면 본인의 입신양명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였고, 그 결과 얼마나 국리민복에 이바지하였는지를 밝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디에서 일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의 성과를 내었는지 보여줄 수 있을 때 그 경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고, 국가 발전에 연결될 수 있기에 그렇다.
야당 쪽도 한번 보자. 명칭을 외우기도 힘든 특보 자리를 자랑스레 플래카드에 대문짝처럼 표기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직함이 주는 무게감이 있기에 가볍게 넘겨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그 직함만으로 우리 시민에게 표를 달라고? 역시 답은 같다. 그 직함을 갖고 구체적으로 어떤 업적을 내었는지를 설명할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그 직함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를 현혹시킬 요량으로 자리를 가져왔다는 비아냥을 피할 수가 없다.
핵심으로 들어가자. 자리가, 직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적이 중요하다. 실적 없는 자리는 본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가문의 영광이 될는지 모르지만, 표를 던질 유권자에게는 그저 혈세 낭비요, 알맹이 없는 포장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에 나오고 말고는 자유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비전을 세운 후 과연 본인은 그 비전을 실현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그래도 한 번쯤은 자문해보라. 그리고 그 능력의 유무를 지금까지의 본인 경력에서 이루어온 실적을 대비시켜 부합하는지 점검해보라. 본인이 거쳐온 그 자리와 그 직함은 바로 이 점검에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자신 있으면 제발 출마하시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발 본인의 출세욕만으로 출마하지는 마시라. 유권자가 그대들의 제철 먹잇감은 아니지 않은가?
/손종학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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