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유천동에 위치한 본점인 '정성을 다하는 베이커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인구 팥빵 대표 모습. 사진은 이성희 기자 |
-정인구 팥빵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1993년 대전 중구 유천동에 '정성을 다하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고객의 건강을 위한 빵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하면서 30년을 걸어왔다. 45년 경력의 제빵 자존심을 걸고 '팥빵'을 대표 메뉴로 정하고 유천동 본점을 비롯해 가수원점과 터미널점 등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서구 용문동에서 매장을 준비 중이다.
-많은 빵이 있는데 왜 팥빵을 대표 상품으로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팥빵을 주력 상품으로 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 외갓집에 놀러 가면 외삼촌이 종이 포장지에 한 아름 사온 추억의 팥빵 맛을 잊지 못해서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선호할 기호식품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선택했다.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게 나의 철학이다. 팥은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하지만, 잘못 만들면 '신물'이 올라온다. 속이 편한 팥빵을 만들려고 팥을 직접 끓여서 방부제가 안 들어간 건강한 빵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팥빵이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오늘날까지 오게 됐다. 팥빵은 중장년층을 비롯한 일부 젊은층에게 반응이 좋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젊은 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도록 '정인구팥빵'은 끝없이 진화할 것이다. 지켜봐달라.
-대전에는 성심당을 비롯한 많은 빵집들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성심당으로 대전이 빵이 성지로 꼽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빵축제 등이 열리는 등 대전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골목 빵집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실력 있는 빵집들이 골목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홍보 마케팅이나 가게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크다. 대전에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빵집들이 나와야 한다. 대전시가 빵 축제를 비롯해 제빵 사업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인구 팥빵이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당시 동네 빵집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황이 괜찮았다. 빵은 가게에서 취식 하는 게 아니라 사서 집에서 먹다 보니 그렇다. 오히려 이전보다 상황이 나은 집도 있었다. 그만큼 빵 수요도 늘었다. 다만 주변 골목 상권이 죽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코로나19로 골목에 활기가 없어졌다. 엔데믹 선언 이후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오히려 더 좋지 않아진 것 같다. 재료 값도 많이 올랐다. 전기세도 크게 인상됐다. 우리 가게만 보더라도 공과금 지출을 보면 이전보다 20% 이상 올랐다. 정부가 코로나19를 버텨낸 골목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카드수수료 인하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와 소상공인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오랜 기간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게 쉽지는 않다. 노하우가 있다면.
▲빵집을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틈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창업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젊은 층을 보면 단순한 제품을 가지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빵만 봐도 가짓수가 수백만 개는 된다. 수많은 제품을 알아야한다. 그런 것을 배우기 위해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고 단순 제품 하나를 가지고 창업을 하면 안된다. 다양성에 대한 내공이 부족하면 동네에서 외면받기 쉽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중요하다. 내가 편안하게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 제품을 단순화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기본기가 잘 돼 있어야 제품에 응용력을 가질 수 있다. 대응력도 가질 수 있다. 빵집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이 있는 사업이다. 대기업이 유통할 수 없는 제품 다변화가 형성된 영역이다. 즉석에서 만들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자동화한다면 만들지 못하는 제품이 수두룩하다. 그런 면에서 개인이 좋은 품질의 빵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다.
대전 중구 유천동에 위치한 본점인 '정성을 다하는 베이커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인구 팥빵 대표 모습. 사진은 이성희 기자 |
▲우리나라 골목 상권 기조가 많이 바뀌고 있다. 신도심이 팽창하면서 구도심이 쇠퇴하고 있다. 한정된 인구에도 상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상가가 생기면 혹시나 장사가 더 잘되지 않나 하며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고에 곡식은 한정돼 있는 것처럼 대전의 인구가 늘지 않는데 어떻게 장사가 더 잘되겠나. 결국 늘어난 상가로 기존 상인들이 이동해 더 많은 임대료를 내게 되고, 기존 상가는 슬럼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변화로 더 좋은 환경과 서비스를 받는다고 좋아할 수 있지만, 상인들이 과도한 임대료와 출혈 경쟁으로 문을 닫으면 결국 그 피해를 소비자들이 보게 된다. 제가 생각할 때는 상업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쿼터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소한의 상권 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도시에 무분별한 상가 조성으로 텅빈 상가를 보면 고민해야 할 부분이 크다. 여기에 요즘 스마트시대가 되면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골목 상권을 운영하다 보면 작은 민원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이전에는 정으로 넘어가던 것들이 이제는 민원으로 신고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골목 상권이라는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가게는 장사만 해서 먹고 사는 곳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사랑방이고, 주민들과 아이들의 지킴이였다. 골목의 정을 좀 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행정기관도 골목상권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어떤 부분이 필요해 보이는가.
▲가장 필요한 부분은 주차장이다. 대전시는 자가 이용률이 높다. 상권이 살아나려면 주차가 편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도심은 주차가 대단히 불편하다. 더욱이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한 지역이 많다. 이를 극복하려면 편리한 주차시설 마련이 꼭 필요하다. 주차장을 중심으로 상권을 구성하면 골목 상권이 한층 살아날 수 있다. 또한, 특색 있는 가게들에 대한 홍보도 적극 필요하다. 괜찮은 골목가게를 홍보하면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제가 발전하고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생활의 편리함은 커졌지만, 형제와 자매, 이웃의 삶의 터전은 붕괴되고 있다. 선순환 경제가 되지 않고 대규모 자본력으로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우리 자신 때문이다. 우리 생활 주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동네 가게들을 많이 이용해서 선순환 경제가 잘되고, 더불어 사는 행복하고 웃음 넘치는 대전시가 됐으면 좋겠다.
대담=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정리=이상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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