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등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는데 있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갔다. 무려 5배가량 높아진 것. 건설사들의 PF 보증 규모도 상당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6개사의 PF 보증액은 총 28조3000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합산 PF 보증은 2017∼2018년 14조8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났다. 이 가운데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고금리 속에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30조원 중 최대 50%는 손실 처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태영건설이 지난 9월 '유동성 위기' 소문에 이어 최근 '워크아웃설'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태영건설은 13일 6.5%, 14일 11.62% 하락했다. 회사 측이 유동성 문제가 없다고 부인했으나 위기설은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11월 말 기준 2조5000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일선에 복귀하고 물류사업 매각 등을 통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9월 대전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사업 건설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도 PF 우발채무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 말 롯데건설의 시행사에 대한 PF 우발채무를 4조9700억원으로 추산했고,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건설:점증하는 PF·유동성 리스크, 재무적 대응력이 필요한 시점'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롯데건설과 함께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 등을 모니터링 요소가 있는 업체로 손꼽았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달 들어 지방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처리 되고, 위기를 겪는 사업장이 속출하는 것도 시장의 자금 경색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PF 시장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금융당국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이나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금융사의 경우에는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정리, 자구노력, 손실부담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부실한 PF사업장을 골라낸다는 의미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유지를 위해 호흡기를 끼고 끌고 오고 있었다"면서 "PF보증 대부분이 미착공 상태의 지방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지방에 여파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말 대전과 세종, 대구, 경주, 이천, 포항 등을 공급과잉 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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