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박사가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에서 밝힌 화두다.
주혜진 박사는 “노잼도시가 늘어 가는 동안, 서울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위세를 떨친다”며 “모든 지방 도시는 서울이 되고 싶고, 서울 아닌 도시에는 꼬리표와 등급이 붙는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한국의 지방 도시들은 어쩌다 노잼이 됐을까?”라고 물은 뒤 “내가 가진 서울 아닌 것을 피하고 싶은 ‘디나이얼 지방출신’에게 놓인 가장 암울한 미래는 ‘두려움이 가져올 변화 없음’”이라고 말했다. 주 박사는 “지방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두텁게 쌓을 수 있고,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잠재력이 있지만 무서워서 꼼짝하지 않는다”며 “서울을 모방하는 것이 안전하고, 서울의 것을 가져오는 것이 승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박사는 성심당밖에 들를 곳이 없다는 대전의 오래된 소문은 노잼도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며 “재미없는 도시는 궁금하지 않고, 궁금하지 않은 도시는 매력이 없고, 매력이 없는 도시에는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이야기가 없으니 또 재미없는 도시가 된다”며 “서울은 이와 정확히 반대에 위치하고, 서울은 찍기만 해도 콘텐츠가 된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동네마다, 건물마다 이야기와 경험이 쌓인다”며 “지역 소멸 시대의 한국 도시에는 그렇게 한 가지 생존 전략이 생겼는데 바로 '서울 같은 도시'가 되거나, 지역만의 고유성을 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박사는 “대전의 노잼도시는 이 둘 사이에 놓여 있는데 그 둘 어디에도 실제 도시의 경험과 모습, 감각이 없다”며 “노잼은 도시를 감싼 무감각함에서 태어날지 모르니까 이건, 대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 박사는 “모두가 대전은 노잼도시라고 말한다”며 “때로는 장난처럼, 혹은 당연한 듯이 말하는데 '대전은 노잼도시'라는 명제 속에는 모두가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는 그간 발명되지 못했던 한국의 지역 도시 이야기를 짚어 간다”며 “사실 우리는 대전에서도, 포항에서도, 울산에서도 충분한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주 박사는 “책을 덮은 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며 “지겹게 다녔던 동네인데도 그렇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는 그간 발명되지 못했던 한국의 지역 도시 이야기를 짚어 간다고 했다. 사실 우리는 대전에서도, 포항에서도, 울산에서도 충분한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
왜 한국의 지역 도시는 '서울처럼' 되지 못할까? 질문이 잘못돼서 그렇다. 서울이 목표이자 목적이 되니 이야기와 문화가 없는 도시는 자연스레 오목해지는 것이다. 서울의 공원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지향하고, 지역 도시의 '힙한 플레이스'는 서울의 성수동을 따른다. 한 방향 그래프를 그리는 도시에는 어쩔 수 없는 원본과 복제품의 간극이, 점수와 순위가 생긴다. 모든 도시가 랜드마크와 거대한 고층 빌딩을 만들게 된다. 모든 도시가 똑같이 생긴 도시는 그 자체로 디스토피아와 닮아 있다.
"이러한 노력과 발견은 도시를 하나의 소비재로 규정해 버린다. 사람들은 소비자가 되고 도시는 소비재가 된다. 소비자는 싸게 사서 비싼 값어치를 느끼고 싶다. 그래서 도시를 가성비로 평가하게 된다. ”
주 박사는 “도시란 사람과 공간과 정서가 버무려진 복합체인데, 그 안에 사는 우리와 도시사이엔 소비자와 소비재 관계만 남는다“. 이건 괜찮지 않다. 이런 관계만 있다면, '꿀잼' 대전이 되기 위해, 인구 유입을 견인하는 도시 경쟁력을 위해, 여의도에 있는 큰 쇼핑몰이나 랜드마크가 될 고층 빌딩만을 원하게 될 것이다. 이 역시도 괜찮지 않다" 고 말했다.
주 박사는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는 서울로 직진하던 화살표를 각자가 매일 거니는 거리에, 이따금 올려다보는 하늘에, 익숙하게 여겼던 콘크리트에 던져 보라는 제안”이라며 “나만의 도시를 인식하고 나면 질문은 바뀌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대전이 재미없어 노잼도시가 된 것은 아니다”며 “한국이 서울이 되고 싶어 서울이 된 것도 아니라면 누가 우리를 서울의 중심부로 밀어 넣는지를 탐구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주 박사는 “도시를 탐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나 자신'이 선 곳과 위치, 자리를 탐구하는 일”이라며 ”사소해 보이는 질문들은 나와 도시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좋은 첫걸음이 된다”고 소개했다.
주 박사는 “요즘과 같은 소셜 미디어 시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다”며 “우리는 이미 모두가 사진가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문득 도시의 재미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지역은 결코 사라지거나 소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 박사는 “이야기가 담긴 장소는 특별하기 때문”이라며 “지금 한국의 지역 도시에 필요한 건 납작한 브랜딩이 아닌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덩어리”라고 말했다. 또 “책을 덮은 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며 “지겹게 다녔던 동네인데도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주혜진 저자는 지방 정부가 만든 정책연구기관인 대전세종연구원에서 일한다.
그녀는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원에서 대전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괜찮아질 방법을 고민해 왔다. 사람과 삶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품는 공간과 장소에 관심을 두게 됐다. 요즘엔 대전이란 도시를 규명할 수 있는 아카이빙 작업과 장소 정동(Affect) 형성을 주제로 한 연구를 '재미있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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