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 |
먼저 유통업계 얘기다. '가격은 같은데 제품 양이 줄었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뜻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사회적 문제화 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실태 조사 결과, 이런 문제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에서 용량이 줄어든 점을 확인했다. 제품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이들 제조사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떤 제조사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기존 가격에 제품 용량을 줄여 소비자들을 속이는 대표적인 '꼼수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제품 용량을 줄였으니 사실상 가격을 인상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 대해 정확한 용량과 가격을 기억하고 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만큼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눈속임이 아닌 정직한 경영이 강조되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갑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식품 제조업체들의 꼼수 경영인 '슈링크플레이션'은 사라져야 할 사회적 문제다.
그러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놨을까. 관련 대책은 이렇다. 우선 소비자원과 제조사와의 자율협약을 추진해 제품 용량 변경 시 해당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에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유도하고 소비자원에도 이를 통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원-유통업체 간 자율협약을 통해 유통사가 취급하는 약 1만여 개 상품에 대한 용량정보를 제공 받아 용량변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앞으로 식품 업체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제품 용량 등을 줄일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피해 예방적 방법과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에 대한 처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소비자단체들은 꼼수 장사하는 기업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소비자들을 속였으니 비판받아도 마땅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원재료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국민 고통 속에 기업들이 이익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 스럽다"고 했다.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 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새로운 꼼수가 등장하지 않으란 법이 없기 때문.
건설업계에도 꼼수는 등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부문별 대표직을 두는 행위는 꼼수로 비칠 수 있다. 법 대응 차원에서 안전관리자를 확충하는 행위는 필수적 행위이지만, 대표가 회장직으로 가고 부문별 대표직을 두는 것은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꼼수는 빼놓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거나 사탕발림은 단골로 지적된다. 유권자들이 투표 전 더 꼼꼼하게 살핀 후 한 표를 행사해 꼼수 정치인을 걸러야 한다.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유권자들을 속이는 꼼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일각에선 신당 창당과 탈당 행위도 '꼼수 정치'로 비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꼼수 행위는 나라를 좀먹는다. 정직하게 사는 이들에게 배신감과 함께 상처를 안겨준다. 기업들의 꼼수 행위가 없었다면 '슈링크플레이션' 같은 어려운 경제 용어를 시민들이 알아야 할 필요성도 없다. 우리 사회에 '꼼수 아웃'을 외쳐본다. 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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