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
잘난 척하는 마음은 비단 오늘날의 일은 아니다. 지금은 초등학교인데, 국민학교 때의 일이다. 1941년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되었던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1996년에 초등학교로 바꿨으니 꽤 오래된 이야기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정조사라는 것이 있었다. 집에 TV 있는 사람, 전화기 있는 사람, 냉장고 있는 사람 등을 조사했었다. 손을 많이 들수록 잘 사는 집으로 평가되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TV, 전화기, 냉장고가 있으면 부유한 집이고, 부유한 집에 사는 사람을 잘난 사람으로 평가하던 시기였다. 없어도 있는 척하는 아이도 있었다.
가끔 모임에 가면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말로 관심병이고, 과시욕이 넘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남보다 우월하고,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의식이 깔린 경우다. 외모, 재산, 성적, 직업, 학벌 등을 은근히 드러내거나 노골적으로 행동하며, 상대방을 나보다 못난 사람으로 치부한다. 모임에 가면 쉴 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가만히 들어보면 허세가 가미된 자기 자랑 대잔치다. 실상보다 있어 보이게끔 잘 포장하는 능력은 기본이다. 실제는 잘 모르는데 말이다. '있어보인다'와 'ability(능력)'을 합친 '있어빌리티' 부류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입으로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은 타인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높여만 하는 하수임을 역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다. 강자에게는 자신의 부족함이 금세 드러나기 때문에 약해지며, 약자에게만 강해지는 못난 모습이 된다. 잘난 척하는 사람은 남들이 재수 없다고 여긴다. 관심을 받고 싶었는데 관심 대신 돌아오는 것은 외면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가장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도 보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잘난 척이다. 좋아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잘못된 결정으로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도 스스로 잘못된 것임을 알지 못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라 한다. 아는 것이 적을수록 내가 아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진다. 잘난 척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뛰어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알면 알수록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는 것을 알기에 겸손함을 가지게 된다.
사회관계 속에서 잘난 척하는 집단이 존재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의 위계질서가 높다고 인식하거나 자신이 더 잘남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또 자신보다 낮은 사람에게 잘난 척하면서 밑에 사람이 잘난 척하는 것은 안 되는 모순을 가진 존재다. 학력 지상주의에 따라 열위의 학력자에 대해 무시한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고착되면 계급화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개인관계에서는 상대방만을 힘들게 하지만, 사회관계에서는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특히 공직자는 잘난 척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충성해야 하는 심부름꾼이어야 한다. 즉 국민의 머슴, 공복(公僕)이어야지 배고픔을 뜻하는 공복(空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못나도 잘난 척,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하는 척 3종 세트는 삼척동자와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 삼척동자는 필요치 않다. /원구환 한남대 링크3.0사업단장 및 캠퍼스혁신파크선도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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