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홍대용 선생 생가지 위치 근거부족 '논란'

- 신원불상의 인물들의 증언으로 문화재자료 지정
- 3차례 조사한 충남역사문화연구원 "홍대용 관련 유적으로 비정하기 다소 부족하다"
- 문화재 지정 이후 일제시대 지어진 건물의 주춧돌 남겨놔...혼란 심화

조선시대의 뛰어난 실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담헌(湛軒) 홍대용 선생 생가지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천안시에 따르면 홍대용 선생 생가지는 동남구 수신면 장산리 646-1번지에 위치, 1996년 2월 27일 충청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하지만 생가지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는 제보가 천안시뿐 아니라 충남도청,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다발적으로 민원이 접수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한 민원인은 홍대용 선생 생가지가 문화재로 인정받을 당시 문헌 자료의 인용이나 고고학적인 조사가 포함되지 않은 채 몇 명의 증언만을 근거로 지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보고서에 쓰인 증언은 "홍 씨 문중이 생가지에서 살았다", "생가지 위치에 해시계가 있었다"는 신원 불상의 인물들의 증언을 지정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관계자들은 출처 명확하지 않은 증언을 근거로 활용했고, '생가지에서 살아온 바 있다'와 '부근에서 계속 살아오고 있다' 등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한 내용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청은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인 1999년 해당 부지에 위치해있던 일제시대 고택을 철거했다.

문제는 건물을 철거하면서 주춧돌을 남겨 놓은 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홍대용 생가에 쓰였는지 불분명한 일제시대 건물의 주춧돌들이 시민들에게 '홍대용 생가 주춧돌'이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3차례 조사를 통해 "홍대용 생가지에 대한 학술조사를 실시했지만, 홍대용 관련 유적으로 비정하기 다소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천안의 인물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인 홍대용 선생의 생가지가 신원 불상의 인물들의 증언에 의해 결정된 것아니냐는 지적에 따라 재조사 또는 문화재 지정해제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당시 현장 조사나 관련 자료들에 의해 문화재자료 지정이 된 것 같다"며 "하지만 시간이 오래되고 증언한 사람을 추적할 수 없어 비교 검증 등을 거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하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