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수필가 |
한인현 선생님께서 작사하시고 이홍렬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섬집 아기'라는 노래다.
이 노래의 주인공이나 이 노래를 불렀던 당시의 어린이들은 '잘 살아보는 것'이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현실로 바뀌어 '보릿 고개' 가 없어지고, '꽁보리밥'도 사라졌다. 웬만하면 자가용을 굴리고 외국유학 가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것' 이는 생(生)을 받은 모든 이들의 소망일 것이다. 소망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은 "잘 살아보자"라는 구호 아래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단결된 마음이야말로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올해도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보며 지난 한 해를 생각해본다.
통상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계획과 다짐을 하며 연말을 보내는 나 자신에게 올 한해 만큼은 다사다난했는지? 우리는 또 지난 일 년이 한 날 하루 같았음을 뒤 돌아 본다.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의 끈을 잡고 이렇게 당당하게 살아 가고 있다.
반 평생을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주변의 가까운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인생이란 무엇인지 삶의 물음 앞에 서게 된다. 시인 세네카는 "인생은 짧은 이야기와 같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이가 아니라 값어치"라 말했다. 세네카가 말한 '값어치' 그게 바로 단결된 마음이 아닐까?
미국에서 청소년 소아과 의사로 나름 잘 나가던 여의사가 있었다. 그녀는 태어나기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우간다를 갔다가 미국에 정착하게 되면서 의대를 졸업하고 존스 혹킨스 병원을 비롯한 여러 미국의 유명한 병원에서 나름 성공한 그런 여성이었다. 동양인으로 미국의 최고의 병원의 의사가 되었기 때문에 성공하고 또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자신은 잘 풀린 인생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내면에는 '내 인생은 실패했다'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겼다고 한다. 사랑하여 결혼했던 남편의 지속적 폭력, 어머니의 자살 시도, 자매들의 불화 등 그녀에게 닥친 위기는 의사가 되어서 계속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동양인이라고 하는 인종차별로 누가 뭐라하지는 않지만, 의사로서 더 완벽하고 잘해야 된다는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 또 40대에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마음도 몸도 지쳐가다보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직을 결국 그만두게 되었고 마음속에 자신을 억누르던 울분을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어딘가 표출을 해야 되는데 할 데가 없어 글을 쓰게 되었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했다.
작가가 되어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낸 글로 그해 미국에서 푸시카트상 후보로 세 차례나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책에서 "인생이 뭘까?"에 대한 답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고 희망을 나의 삶의 현실로 이루어내는 여정이 곧 인생이다"라는 결론을 맺었다.
이들의 성공한 인생 속 이야기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현실로 이루어내는 것이고 우리 민족은 단결된 마음으로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던 것이다.
갑진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새해에는 나랏일을 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해이기도 하다.
엄마를 기다리다 잠든 섬집 아기도, 그 노래를 부르며 뛰어놀던 어린이들도 모두가 희망을 현실로 만든 주인공들로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민족이다. 그래서 2024년 갑진년 새해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김명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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