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는 한국 사회에서 1980년대까지 '모던'과 '현대'의 동의어로 자주 사용됐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기존 방법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실험적이고 파격적 작품들의 수식어로 활용되고 있다.
박물관은 전위의 본질을 변화하는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당대성과 미래에 대한 통찰로 설정했다.
단행본은 '전위'의 맥락에서 작성된 시기별 기념비적 논고를 통해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복기하며, 주요 맥락을 7가지의 양상으로 분류했다.
한국미술에서 전위의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한 시기를 '신흥하다'로, 인습화돼 가던 국가공모전을 반대한 시기를 '담장 밖 그림'으로 분류했다. 또 일상의 소재와 몸짓으로 예술을 질문하기 시작한 시기를 '방독면과 수신호'로, 작업 과정과 물질성을 통해 남다른 사유를 드러낸 시기를 '화폭에 담긴 철학'으로, 일상과 유리된 예술의 회복을 꿈꾼 시기를 '아우성치는 그림'으로, 흰 벽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발표장을 옮기며 구조화된 체계를 흔든 시기를 '강변에 세워진 거울'로, 마지막으로 이러한 흐름이 결실로 드러나고 있는 오늘을 '전위의 기억'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책은 국영문 300쪽이다. 미술이론가 윤진섭과 강성원의 '전위'에 대한 다른 시각을 기록한 글과 전시에 출품된 아카이브에 대한 상세설명도 수록됐다.
김달진 관장은 "한국 실험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시대에 대항하는 그 특유의 도전적인 양상 때문이지만,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로 다소 협소한 시기에 국한돼 있다"며 "이번 단행본을 통해 '전위' 정신으로 한국의 실험미술이 어떠한 맥락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한국미술사 전반을 보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단행본은 비매품으로 발간됐으나,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서 연말까지 무료 신청이 가능하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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