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그런데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왜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된다고 하는지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대집 의협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투쟁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나서야 어떤 논리인지 알게 됐다. 그는 "의사는 막 찍어낼 수 있는 붕어빵이 아니며 무분별한 의대 정원 증원은 부실 교육, 돌팔이 의사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교육이 문제라면 의대 증원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교육인프라를 확충하는 의과대학에만 선별적으로 증원하도록 법제화를 요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한다. 그런데 혹시라도 저 발언 속에 의대생의 자질이 떨어져서 문제라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면 1990년대 전국 의대 커트라인도 기억 못 하는 한참 잘못된 생각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정작 의사의 파업과 그로 인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현실화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젊은 의사들이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날개가 꺾이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걱정이다.
의료법은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고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위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위 명령을 위반하면 영업정지 1년이나 개설 허가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당할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2020년 의협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 진료거부를 했을 때도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추가 고발 조치까지도 강행해 피해를 입은 의사들이 많이 생겨났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직 증원 논의는 이미 여러 직역에서 벌어졌던 것이고 법조인인 필자도 경험한 바 있어 의협의 과잉대응이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로스쿨은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 때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검토했지만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당시 300명이었던 사법시험의 정원을 1,000명으로 늘렸다. 이후 2003년 참여정부에서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 끝에 그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로스쿨 도입 이유는 소수 대학에 의한 법조인의 독점과 우수자원의 쏠림 현상과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면에는 변호사 공급을 늘려 변호사 비용을 낮추고 국민의 법조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의협의 논리대로라면 변호사 수가 급증한 이후 돌팔이 변호사가 양산됐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법조인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고 법률서비스의 수준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그 이유를 보면 먼저 사법연수원 시절 300명에서 1,000명으로 증원되자 현직 판사와 검사를 늘어난 연수생 수만큼 더 많이 사법연수원 교수로 배치해 교육의 질을 확보했고 로스쿨로 바뀔 때도 충분한 교육인프라를 갖춘 학교에만 로스쿨 인가를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변호사 수가 많아져 바뀐 모습을 보면 무변촌에 동네변호사가 생기고 법원이 없는 지역에도 변호사가 개업하면서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와 대면 기회가 늘어나고 학폭위 관련 분야 등 이전까지는 소외됐던 부분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됐다.
혹자는 필자에게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가 많아져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지 않았느냐고 묻곤 하는데, 변호사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기에 웃어넘기고는 한다.
그러나 의대 증원 문제는 의사들의 경제적 형편에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의협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꼼수보다는 좀 더 의연하고 대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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