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
저출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주거와 교육, 그리고 경제의 문제가 주요 원인이 된다. 부동산의 끝없는 상승으로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어렵게 아이를 낳아도 양질의 보육과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는 구하기 힘든 반면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와 더불어 계속 심화하는 젠더 갈등은 젊은 층이 아예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우리 사회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2022년에는 약 50조가 넘는 예산을 들여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육아휴직을 강화하며 주거안정 강화와 양육비용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들을 시행해오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주택자금을 지원하거나, 신혼부부 및 임산부 지원시책 마련, 가사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도 결과는 0.7명이라는 성적표로 돌아왔다.
사실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학에도 큰 타격이 된다. 2024년 입학하는 초등학생 수가 사상 최초로 40만 명을 밑돌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약 70%임을 고려할 때, 12년 후 대학 입학 인원은 겨우 28만 명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 정부와 대학에서는 통 큰 정책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세 자녀 이상 자녀를 낳은 모든 가정의 아이들의 대학 수업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부담을 없애 다자녀 가구를 늘리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주요 골자다. 출산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에서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봄 방학을 늘리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바로 꽃 피는 계절에 학생들이 연애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은 더는 저출산 문제를 방관할 수만은 없다.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대학도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이 해야 하는 일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대학은 우선, 교육의 측면에서 고품질의 보육과 돌봄,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유아교육부터 초·중등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의 특성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내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보육 및 돌봄서비스와 기초학력, 진로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함으로써 자녀의 교육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다자녀를 대상으로 한 등록금 면제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평생교육 차원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튼실한 벤처기업을 설립하거나, 지역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자를 대상으로 평생 교육기관과 연계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과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음을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캠페인이나 비교과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성 평등 교육과 더불어 젠더 간 갈등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여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을 드높일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도 그 역할을 다해야 할 때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