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착각, 김득신의 <금계도(錦鷄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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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착각, 김득신의 <금계도(錦鷄圖)>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12-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김득신(金得臣, 1754? ~ 1822?, 조선 도화서 화원)은 김홍도, 신윤복과 더불어 풍속화로 유명하다. 아버지 김응환를 비롯, 형제와 자녀가 모두 화원인 명문화원 가문에서 태어났다. 정선을 이은 가문의 화풍과 김홍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나, 풍속화에 배경을 넣은 것이 사뭇 다르다. 혹자는 김홍도 그림은 '우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김득신 그림은 먼저 웃음이 나오고 뒤에 감탄이 나온다하기도 한다. 해학적 분위기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야묘도추>, <밀희투전>, <강변회음도>, <출문 간월도>등을 소개한 일이 있다.

금계도
금계도(錦鷄圖, 29.6 × 22.4cm, 국립중앙박물관)
김득신의 화조화 하나 감상해보자. 그가 활동하던 조선후기에는 화조, 영모, 화훼, 초충, 어해도 등도 성행하였다. 화조화는 부귀와 장수 같은 길상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생활공간 장식이나 의례의 권위로 그려졌다. 그림은 <금계도(錦鷄圖, 29.6 × 22.4cm, 국립중앙박물관)> 이다.

바위틈에 자란 도라지에 남보라 빛 꽃이 피어나고 있다. 도라지가 배경이고, 그 앞에 암수 한 쌍의 금계가 몸단장을 하고 있다. 도라지는 다년생으로, 주로 남보라와 흰색 꽃을 피운다. 흰색 꽃은 백도라지라 하며 겹으로 피는 품종도 있는데, 겹도라지라 한다. 당질, 철분, 칼슘이 많고 사포닌도 함유하고 있어 식재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 약재로 사용한다.

금계는 꿩과 조류로, 머리와 허리가 광택이 있는 노랑 빛이다. 배의 깃털은 빨간 빛이며, 목과 날개, 꽁지에 오방색 무늬가 있다. 번식기에는 수컷이 목의 관우깃을 부채처럼 펼쳐 구애한다. 화산 폭발의 불구덩이에서 불을 달고 살아나오는 것이 목격되어 불사조라 부르기도 한다. 화재 예방, 재앙 방지용으로 길렀다. 자태가 빼어나 관상용으로 기르기도 한다. 수컷의 경우 날개가 20cm, 꽁지가 60cm에 이른다.



그림에서는 색상을 죽여 실물같이 화려하지 않으나, 눈동자와 주요 털 부위는 음영을 넣어 입체적이며 생동감 있게 그렸다. 배의 깃털은 하나하나 그려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옛사람은 곧잘 사물의 이름이나 행태에서 덕을 읽어냈다. 금계는 중의(??)라고도 부른다. 의(?)에는 의(義)자가 들어있어 오륜의 군신유의(君臣有義)와 결부시켰으며, 봉황과 결부시켜 임금의 상징으로 보기도 하였다. 오방색을 두루 갖추어 봉황보다 낫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아는바와 같이 봉황은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이다. 근거 없는 주장도 있다. 금계는 자아도취가 강해, 제 모습이 물에 비치면 곧장 춤을 추다가 눈이 어지러워 많이 죽는다하기도 하였다. 어쩌거나 금계는 곱고 예쁜 것은 사실이어서, 봉황이라 속여 팔기도 했단다.

봉황은 태평성대에 나타나는 상서로운 새이다. 하늘의 전령으로 여겼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대 제왕의 꿈은 요순 정치요, 백성의 성군에 대한 칭송이었다. 나라에 혼란이 없고 백성은 함포고복(含哺鼓腹), 고복격양(鼓腹擊壤)하는 것이다.

세상을 어지럽게 하면서 자신에게 봉황이 들었다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나아가 지렁이도 못되는 것이 용이라 자아도취 된 사람도 있다. 금계는 곱기라도 하지, 예쁜 것은 그만두고 새도 못되는 것이 어쩌다 한 번 뛰어올라 새로 착각한다. 낭떠러지 매달려, 날고 있다 우기니 어처구니가 없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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