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예슬 교사 |
임용을 준비하던 시절 내가 꿈꾸던 교직 생활은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기쁜 일, 즐거운 일, 힘든 일 등을 함께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것이었다.
2022년 청양 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로 첫 발령을 받았다. 기대하던 첫 발령의 설렘과 함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다가왔다. 인수인계를 받으며 필요한 것들이 많아졌다. 주 2회 순회 교육을 나가야 하므로 차와 면허증이 필요했고, 노량진에서 종이와 펜만 잡았던 나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너무 낯설었다. 연고지 하나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이 무섭고 두렵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면허를 취득하고 차를 타고 간 순회 첫날, 내가 1년을 혹은 초등학교에 올라갈 때까지 책임질 학생을 만났다. 한 명은 6살, 다른 한 명은 7살이었다. 6살 학생은 낯을 많이 가리며 나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조그마한 친구를 보면서 '내가 이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날 때마다 체조도 하고, 게임 형식으로 수업도 하고, 바깥 놀이도 하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6살 학생은 내 손을 잡고 나와 말장난을 치며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7살 학생은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웃음이 예쁜 학생이었다. 대화할 때 발음이 세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기에 마스크 때문인가 생각했었는데 수업을 위하여 마스크를 내리고 난 후에 학생에게 구순구개열이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말을 하는 것을 꺼리고 마스크를 벗는 것도 싫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발음도 2~3번 연습하여 이야기하고 나와의 수업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학생이 수업 중 신나서 눈이 휘어지며 활짝 미소 짓던 그 모습이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담임선생님께서 학생이 예전보다 자신감이 높아지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졌다고 이야기해주셨을 때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행정직과 교직을 겸하면서 내가 꿈꾸던 교직 생활과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 때도 있었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걸까?' 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과 수업할 때 찍은 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다. 같은 교실에서 종일 붙어있지는 않지만, 내가 꿈꾸던 교직 생활과 지금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기술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어린아이들의 협동심을 고취하고 의욕을 불어 넣은 데는 교사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이자 현재 기술고문으로 있는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하루하루 흐르는 대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던 나에게 어느 휴게소 화장실에서 무심코 읽혔다. 무심코 읽힌 이 문장은 나에게 소명감과 약간의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익숙해진 무너진 공교육, 학생과 교사의 지나친 갈등과 같은 말을 방송과 신문에서 보고, 들으며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조차도 과연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물음표를 가졌던 나에게 느낌표를 던져주었다.
무엇이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순회 교육을 하러 가면서 청양의 사계절의 풍경을 느끼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연수를 찾아서 듣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도 겁을 먹고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에 사로잡혀 힘들었던 것 같다. 청양에 와서 두 학생을 만나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나도, 내가 만날 학생들도 모두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남예슬 청양교육지원청 유아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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