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치매가 와도 버티는 힘 '인지 예비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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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치매가 와도 버티는 힘 '인지 예비능'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3-12-07 17:17
  • 신문게재 2023-12-0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영섭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흔히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가장 무서운 질병으로 치매를 언급한다. 치매는 뇌 기능의 저하로 인해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등이 영향을 받는 질환으로 특히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두려울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2'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약 858만 명) 중 치매상병자(환자) 수는 10.4%(약 89만 명)로, 65세 이상 추정치매환자 수는 지난 5년간 매년 약 5만 명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치매를 예방하는 데 고스톱과 같은 머리를 쓰는 게임이 효과적이라는 속설은 유명하다. 본인의 어머니 역시 당신의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언제부턴가 '스도쿠'와 같은 퍼즐게임을 매일 풀고 계신다. 이러한 속설은 진짜일까?

실제로 치매의 뇌손상 정도와 임상적 증상의 불일치를 뇌손상에 대항하는 개인의 '예비능(reserv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특히 2000년대부터 제안된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은 교육 수준, 직업, 생활양식(lifestyle), 다양한 경험 및 취미활동, 이중언어 등 일상생활에서 두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구축되며, 노화와 관련된 뇌신경의 부정적 변화가 임상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해 최근의 연구를 소개하면 '1946년 영국 출생 코호트' 참여자 1184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의 연구에서는 '인지 예비능'이 노년기의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했다(2022년, Neurology). 미국에서도 미국 노인학회가 발표한 비어스 기준(Beers Criteria, 노인에게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약물 사용에 대한 지침)에 따른 약물의 관리로 '인지 예비능'을 강화하면, 노인들의 뇌 기능이 개선돼 알츠하이머 증후군의 증상발현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 결과가 보고됐다(2022년, 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 (다시 말하지만, '인지 예비능'을 강화하는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 '인지 예비능'을 감소시키는 부적절한 약물 복용을 관리한 것이다.)

그러면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인지기능의 저하를 어떻게 치료하고 있을까? 2021년 출간된 '치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기허·음허·담음·화열 등으로 변증하는 '인지장애 변증도구'와 '치매 한의진단 평가도구'를 제시하고, 변증에 따라 단독 혹은 항치매약물과 병행해 처방 또는 침구 치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최근 대전대학교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협력해 진행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에서도 경미한 신경인지장애(Mild Neurocognitive Disorder, MND) 환자를 대상으로 침 치료와 뉴로피드백(일종의 뇌파조절 훈련법)을 결합한 치료가 '인지 예비능'을 강화해 인지기능을 개선했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2021년, Medicine).

이러한 관점에서 재밌는 연구결과가 또 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65세 이상의 노인 824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의 사용이 인지기능이나 피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것과 반대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노인이 사용하지 않는 노인보다 치매와 관련된 인지기능의 8가지 영역 모두에서 인지기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2022년, 한국산학기술학회지). 해당 연구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이를 통해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을 종합하면, 인지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들에게 '인지 예비능'을 강화하는 생활양식 개선이 중요하며, 현대 의학과 한의학의 협력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증상의 발현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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