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너 왜 울어?』(바실리스 알렉사키스 글/ 장-마리 앙트낭 그림)란 그림책을 접했다.
그림책 속의 엄마는 밖에 나가자는 아이에게 "장화 어디 있니? 어서 가서 장화 찾아와! 장화 못 찾아오면 엉덩이 한 대 맞고 우리 그냥 집에 있는 거다!"라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간 엄마는 아이에게 "떠들지 마! 목에 찬바람 들어가서 감기 걸리면 의사 선생님한테 가야 되잖아. 너도 의사 선생님한테 가는 거 싫지, 그치? 그러니까 입 다물어."라고 말한다. 그러고나서 땅에 떨어진 끈을 줍는 아이에게 "빨리 좀 걸어! 시간이 별로 없어. 그 끈 버려! 엄마가 땅바닥에 떨어진 건 아무것도 줍지 말라고 백 번도 넘게 말했지. 땅바닥엔 세균이 득실득실하단 말이야. 너 병 걸려서 의사 선생님한테 가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그림책 속 엄마의 말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그림책 속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더 나아가 내 아이는 나의 말을 듣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우리는 그림책 속 엄마의 말을 통해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나는 자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부모인가?
그림책 속의 엄마는 왜 아이에게 부정적인 말들을 무심코 내뱉는 걸까? 그리고 부모는 왜 그림책 속의 엄마처럼 자녀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걸까? 자녀를 나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보호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초 3이었던 큰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자 큰아이는 그림책 속 엄마에게 "매를 드는 건 나쁜 습관이에요. 고치는 방법은 말로 타이르는 것이에요.", "아이에게 명령하지 마세요. 친절한 말투를 사용해야지요.","아이들이 땅에 떨어진 것을 줍는 행동은 호기심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호기심을 존중합시다."라고 말한다.
책 속의 엄마에게 묻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는가?' 그리고 모든 부모에게 묻고 싶다.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하는가?','자녀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며 키우는 부모라면 책 속 엄마처럼 부정문과 명령문으로만 자녀에게 말을 건네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자녀와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가?
자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부모가 자녀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은 어떠할까?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자녀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면, 자녀는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부모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아울러 존중하고 공감하는 자세로 반응해 준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구나.", "네가 힘들었구나."와 같이 마음을 읽어주게 되면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어 부모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자녀에게 비난하거나 지시하는 부정문은 삼가고 긍정문으로 바꿔 말한다. "장난감을 치우지 않으면 나가서 놀 수 없어"라는 부정적 말 대신에 "장난감을 치운 후에 나가서 놀자"라고 긍정적으로 말하거나 주말에 놀러 가자고 말하는 자녀에게 "됐고, 밥 먹고 숙제 다 해놔.", "너는 자기가 할 일은 하나도 안 해놓고 엄마에게 만날 요구만 하니?"라는 말 보다는"주말에 놀러 가게 되면 그날 숙제를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식으로 자녀의 생각을 유도하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잘못을 한 경우 잘못한 일은 잘못했음을 알려주되, 잘못한 행동 그 자체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더 이상 너라는 아이를 참을 수 없어"가 아닌 "네가 한 일을 참을 수가 없어"라고 행동 그 자체를 말해야 한다.
자녀를 칭찬할 때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구체적인 칭찬과 노력을 인정해주는 격려를 해준다. 부모가 자녀에게 "100점이라니, 정말 잘했네!",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했어~", "정말 근사한데?",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다"와 같이 자녀의 능력과 수행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면 자녀는 외적 통제 기준을 발달시켜, 자신의 가치를 외부 평가에 따라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 "열심히 시도해 보고 있네", "네가 직접 알아냈구나!", "이제 그걸 이만큼이나 해 낼 수 있게 됐네","나는 네가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 "고마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어"와 같이 자녀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말을 하면 자녀는 스스로 내적 통제 기준을 만들게 되고. 자기 가치감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자녀에게 나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
자녀와의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위하여 부모의 마음을 건강하게 전하는 '상감바'대화법을 권한다.
'상감바'란 상황, 감정, 바람을 의미하는 줄임말로 문장 주체를 '나'로 바꾸어 행동의 결과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나 전달법'의 대화법이다. 이 대화법은 자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부모의 욕구를 전달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다음의 예를 통해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자녀가 대화 중 화를 내며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하는가? 화가 나서 흥분한 상태로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나와서 얘기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가? 부모의 마음을 건강하게 전하는 '상감바'를 적용해 보자.
먼저, 화나는 내 감정을 조절한 후, 자녀에게 상황을 이야기한다. "네가 문을 그렇게 쾅 닫고 들어가면", 감정을 말한다. "엄마는 기분이 속상해. 왜냐하면 네가 왜 화났는지 잘 모르겠거든.", 바람을 말한다. "화나는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설명해주면 좋겠어. 다음부터 그렇게 해줄래?", 마지막으로 부모의 바람에 대한 자녀의 의견도 들어 본다.
'상감바'를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은 자녀에게 상황 설명을 할 때 일어난 사실만 말하고, 비난하는 말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감정을 표현할 때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말고 감정 단어(답답하다, 당황스럽다, 속상하다, 화가 난다, 불쾌하다, 불안하다, 억울하다, 서글프다, 서럽다, 외롭다, 쓸쓸하다, 슬프다, 우울하다, 행복하다, 편안하다, 훈훈하다, 신난다, 반갑다, 고맙다, 즐겁다, 기쁘다, 흐뭇하다, 포근하다, 감사하다 등)를 사용해 부모가 느낀 마음을 전해야 한다. 바람은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말해야 한다.
-나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한 말들을 되돌아보고 있는가?
부모는 자신이 하는 말이 자녀에게 어떤 상처를 입히고 이후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무심코 말을 내뱉는다. 자신이 던지는 말이 그다지 심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말이 어린 자녀에게는 어느 순간 날아가 마음에 꽂히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한마디씩 내뱉는 부정적인 비난과 과격한 말은 자녀에게 부정적인 자아개념 및 낮은 자존감을 형성시키고,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모든 부모는 자녀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부정문과 명령문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던진 말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들어봐야 한다. 자녀에게 내뱉은 말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들어 본다면 앞으로 그 말을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 변화하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모든 부모를 응원한다.
남경희 (건국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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