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나는 어떤 부모인가?

  • 사람들
  • 뉴스

[독자기고]나는 어떤 부모인가?

남경희 (건국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 승인 2023-12-05 23:4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남경희 교수)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하는 부모인가?

수년 전 『너 왜 울어?』(바실리스 알렉사키스 글/ 장-마리 앙트낭 그림)란 그림책을 접했다.

그림책 속의 엄마는 밖에 나가자는 아이에게 "장화 어디 있니? 어서 가서 장화 찾아와! 장화 못 찾아오면 엉덩이 한 대 맞고 우리 그냥 집에 있는 거다!"라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간 엄마는 아이에게 "떠들지 마! 목에 찬바람 들어가서 감기 걸리면 의사 선생님한테 가야 되잖아. 너도 의사 선생님한테 가는 거 싫지, 그치? 그러니까 입 다물어."라고 말한다. 그러고나서 땅에 떨어진 끈을 줍는 아이에게 "빨리 좀 걸어! 시간이 별로 없어. 그 끈 버려! 엄마가 땅바닥에 떨어진 건 아무것도 줍지 말라고 백 번도 넘게 말했지. 땅바닥엔 세균이 득실득실하단 말이야. 너 병 걸려서 의사 선생님한테 가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그림책 속 엄마의 말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그림책 속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더 나아가 내 아이는 나의 말을 듣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우리는 그림책 속 엄마의 말을 통해 내가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나는 자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부모인가?

그림책 속의 엄마는 왜 아이에게 부정적인 말들을 무심코 내뱉는 걸까? 그리고 부모는 왜 그림책 속의 엄마처럼 자녀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걸까? 자녀를 나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보호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초 3이었던 큰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자 큰아이는 그림책 속 엄마에게 "매를 드는 건 나쁜 습관이에요. 고치는 방법은 말로 타이르는 것이에요.", "아이에게 명령하지 마세요. 친절한 말투를 사용해야지요.","아이들이 땅에 떨어진 것을 줍는 행동은 호기심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호기심을 존중합시다."라고 말한다.

책 속의 엄마에게 묻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는가?' 그리고 모든 부모에게 묻고 싶다.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하는가?','자녀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며 키우는 부모라면 책 속 엄마처럼 부정문과 명령문으로만 자녀에게 말을 건네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자녀와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가?

자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부모가 자녀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은 어떠할까?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자녀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면, 자녀는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부모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아울러 존중하고 공감하는 자세로 반응해 준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구나.", "네가 힘들었구나."와 같이 마음을 읽어주게 되면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어 부모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자녀에게 비난하거나 지시하는 부정문은 삼가고 긍정문으로 바꿔 말한다. "장난감을 치우지 않으면 나가서 놀 수 없어"라는 부정적 말 대신에 "장난감을 치운 후에 나가서 놀자"라고 긍정적으로 말하거나 주말에 놀러 가자고 말하는 자녀에게 "됐고, 밥 먹고 숙제 다 해놔.", "너는 자기가 할 일은 하나도 안 해놓고 엄마에게 만날 요구만 하니?"라는 말 보다는"주말에 놀러 가게 되면 그날 숙제를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식으로 자녀의 생각을 유도하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잘못을 한 경우 잘못한 일은 잘못했음을 알려주되, 잘못한 행동 그 자체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더 이상 너라는 아이를 참을 수 없어"가 아닌 "네가 한 일을 참을 수가 없어"라고 행동 그 자체를 말해야 한다.

자녀를 칭찬할 때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구체적인 칭찬과 노력을 인정해주는 격려를 해준다. 부모가 자녀에게 "100점이라니, 정말 잘했네!",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했어~", "정말 근사한데?",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다"와 같이 자녀의 능력과 수행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면 자녀는 외적 통제 기준을 발달시켜, 자신의 가치를 외부 평가에 따라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 "열심히 시도해 보고 있네", "네가 직접 알아냈구나!", "이제 그걸 이만큼이나 해 낼 수 있게 됐네","나는 네가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 "고마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어"와 같이 자녀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말을 하면 자녀는 스스로 내적 통제 기준을 만들게 되고. 자기 가치감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자녀에게 나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

자녀와의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위하여 부모의 마음을 건강하게 전하는 '상감바'대화법을 권한다.

'상감바'란 상황, 감정, 바람을 의미하는 줄임말로 문장 주체를 '나'로 바꾸어 행동의 결과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나 전달법'의 대화법이다. 이 대화법은 자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부모의 욕구를 전달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다음의 예를 통해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자녀가 대화 중 화를 내며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하는가? 화가 나서 흥분한 상태로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나와서 얘기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가? 부모의 마음을 건강하게 전하는 '상감바'를 적용해 보자.

먼저, 화나는 내 감정을 조절한 후, 자녀에게 상황을 이야기한다. "네가 문을 그렇게 쾅 닫고 들어가면", 감정을 말한다. "엄마는 기분이 속상해. 왜냐하면 네가 왜 화났는지 잘 모르겠거든.", 바람을 말한다. "화나는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설명해주면 좋겠어. 다음부터 그렇게 해줄래?", 마지막으로 부모의 바람에 대한 자녀의 의견도 들어 본다.

'상감바'를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은 자녀에게 상황 설명을 할 때 일어난 사실만 말하고, 비난하는 말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감정을 표현할 때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말고 감정 단어(답답하다, 당황스럽다, 속상하다, 화가 난다, 불쾌하다, 불안하다, 억울하다, 서글프다, 서럽다, 외롭다, 쓸쓸하다, 슬프다, 우울하다, 행복하다, 편안하다, 훈훈하다, 신난다, 반갑다, 고맙다, 즐겁다, 기쁘다, 흐뭇하다, 포근하다, 감사하다 등)를 사용해 부모가 느낀 마음을 전해야 한다. 바람은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말해야 한다.



-나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한 말들을 되돌아보고 있는가?

부모는 자신이 하는 말이 자녀에게 어떤 상처를 입히고 이후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무심코 말을 내뱉는다. 자신이 던지는 말이 그다지 심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말이 어린 자녀에게는 어느 순간 날아가 마음에 꽂히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부모가 한마디씩 내뱉는 부정적인 비난과 과격한 말은 자녀에게 부정적인 자아개념 및 낮은 자존감을 형성시키고,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모든 부모는 자녀에게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부정문과 명령문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던진 말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들어봐야 한다. 자녀에게 내뱉은 말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들어 본다면 앞으로 그 말을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 변화하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모든 부모를 응원한다.

남경희 (건국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한성일이 만난 사람]정상신 대전성모여고 총동문회장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